교권 침해 ‘미투 운동’ 확산… 악성 민원 수집 사이트 오픈
경기교사노조, 악성 사례 수집
벌써 수천건… “문제 진단·개선”
#. 경기도의 한 학교에서 담임을 맡고 있던 교사 A씨는 어느 날 자신의 반 아이가 아동학대를 당한 흔적을 발견했다. 가정으로 전화를 걸어 확인하려 하자 ‘신고하면 죽이겠다’는 협박성 말이 돌아왔다. 두려움에 떨던 중 학교 교감은 ‘신고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며 상담교사를 통해 경찰에 신고했고, 그날 저녁 학부모는 흉기를 들고 교사를 찾아왔다.
#. 25년째 교사로 일하고 있는 B씨는 학기 초 학부모로부터 자신의 아이와 앙숙인 학생을 다른 반에 배정해달란 요청을 받았다. 둘은 반 배정 시스템상 같은 반이 됐고, B씨가 둘의 다툼을 중재한 이후 그는 학부모의 무차별적 민원에 시달려야 했다.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받았고, 쏟아지는 민원을 감당할 수 없었던 B씨는 휴직해 1년째 교단에 서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서울 서이초등학교 신규 교사의 사망으로 교권침해에 대한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내 학교들에서도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갑질성 교권침해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경기교사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21일 ‘교육을 죽이는 악성민원, 교사에게 족쇄를 채우는 아동학대 무고. 이제 이야기 해주세요!’라는 이름의 사이트를 열고 학부모 악성민원 사례를 접수받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접수된 민원은 2천건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특수교사들은 “아이를 지도하다가 폭력적인 행동을 하고 자해를 해서 학부모 면담을 하면 ‘특수교사는 맞는 게 당연하다’는 식의 답이 돌아온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또한 학부모들이 ‘밤늦게 왜 전화를 받지 않느냐. 교사는 24시간 전화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퇴근 후에도 막무가내식으로 전화를 걸어온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기교사노조 관계자는 “사이트를 연 이후 오늘만 수백건의 민원사례가 접수되는 등 기하급수적으로 민원사례가 늘고 있다”며 “꾸준히 사이트를 운영해 분야별로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를 개선해갈 수 있도록 경기도교육청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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