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호텔 사던 '차이나 머니', 서방 떠나 이제 '이곳'으로

박가영 기자 2023. 7. 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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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해외 투자 2016년 정점 찍고 감소…
美 비중 24.8%p 줄고 유럽 11.8%p ↓,
미래 대비 인도네시아 등 '자원 부국' 투자
/로이터=뉴스1

'차이나 머니'가 서방 선진국을 떠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중국 견제로 서방 기업의 중국 의존도 낮추기가 진행되고 있지만, 중국의 자금 역시 이동하는 것이다. 서방에서 빠져나간 중국 자본은 아시아, 중동, 남미 등 자원 부국으로 향하고 있다. 자원 패권을 확보하고 비서구권 동맹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미국기업연구소(AEI)를 인용해 2016년 이후로 중국의 해외 투자에서 서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줄었다고 보도했다. 이 기간 중국 해외투자 중 미국 투자 비중은 24.8%포인트(p) 줄었고, 유럽은 11.8%p 감소했다.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 투자가 정점을 이뤘던 2016년 국영 기업을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주요 7개국(G7)에 120건의 투자를 했다. G7에 대한 투자액은 840억달러로, 전체 해외 투자금(1960억달러·약 251조원)의 절반가량이 투입됐다. 하지만 지난해엔 G7에 대한 중국 투자가 13건에 그쳤다. 투자액도 중국 해외 투자 전체의 18%에 불과한 74억달러였다. 싱크탱크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와 연구기관 로디움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중국의 대유럽 직접 투자액은 88억달러로, 최근 10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WSJ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 투자자들은 뉴욕의 고급 주택과 5성급 호텔, 스위스 화학기업과 독일 거대 로봇 기업에 이르기까지 블록버스터급 거래를 성사하며 거액의 자산을 사들였다"며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 중국 자본에 대한 서방의 적대감이 커지면서 중국의 투자가 서구에서 후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방에서 이탈한 차이나 머니는 동남아와 중동, 남미의 공장과 광산·에너지 프로젝트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2016년 이후 현재까지 중국의 해외 투자 중 동아시아 투자 비중은 17.8%p 상승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는 14.7%p, 남미는 3.3%p 늘었다. WSJ은 "중국 투자 패턴의 변화는 중국이 미국 주도의 대중 견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중국의 투자 패턴 변화로 가장 수혜를 많이 본 국가는 인도네시아다. AEI가 집계하고 WSJ이 검토한 중국 투자 예비 추정치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전체 해외 투자(295억달러) 중 약 17%를 인도네시아에 쏟아부었다. 인도네시아는 배터리 핵심광물인 니켈 세계 최대 매장국이자 생산국이다. 이같은 주요 자원에 대한 접근을 확보해 재생에너지·전기차 등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해외 투자 자체도 위축됐다. 유엔(UN) 자료를 보면 중국의 해외 투자는 2022년 1470억달러로 전년 대비 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대비로는 25% 줄었다. 이는 전 세계적 현상이기도 하다. 같은 기간 전 세계 국가들의 해외 투자는 14% 감소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 금융 시장 혼란이 국외 투자를 움츠러들게 만든 것이다.

당분간 이런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서방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투자를 차단하고 있고, 미중이 지정학적 갈등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더불어 경제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중국 정부가 자본 유출을 막고 내수 경제 활성화에 집중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루이스 쿠이즈 S&P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선진국에서 다시 투자할 여지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향후 3~5년 이내에 중국의 해외 투자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다. 데릭 가위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시진핑(중국 국가주석)이 살아있는 동안 우리는 2016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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