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나서며 던진 이재용 회장의 한마디
[편집자주]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잘 지내시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피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1일 11시 55분경 오전 재판이 끝난 후 점심을 위해 법정을 떠나면서 기자에게 한 말이다.
오랫 만에 만나 형식적 인사에 지나지 않는 이 회장의 인사에 기자는 '잘 지낸다'고 답했지만 그에게 같은 질문을 되묻기는 애매했다. "잘 지내느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이 뻔해보였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현재 형편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약 2년의 수감생활에 이어 '피고인'석에만 3년째 앉아있는 그를 봐도 답은 뻔했다. 그 장소가 "잘 지낸다"고 답하기에도 어색한 장소이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날도 외부로부터의 위해 가능성(과거 달걀 투척사건도 있었다) 때문에 법원에 신변보호신청을 해놓은 상태라 일반방청객이나 다른 피고인들보다는 늦게 법정을 나섰다. 일반방청객을 먼저 내보내고 마지막으로 이 회장이 나가는 순서였다.
법원 경위들에게 떠밀리는 과정에서 안부를 묻는 대화는 짧게 끝났지만, 재판 내내 '잘 지내기는 쉽지 않은' 삼성 총수의 현실을 봤다.
이날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주재로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99차 공판이었다.
증인으로 참석한 A 본부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물산 주주였고, 합병을 찬성했던 KB자산운용의 주식운용본부장을 지낸 인물이다. A 전 본부장은 이 합병과 유사한 사례로 꼽히는 포털 기업인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에 대해 피고인 측 변호인의 비교 설명을 듣고 그에 답하는 식의 증언을 했다.
A 본부장은 기업의 매출이나 이익, 자산규모가 작은 카카오가 그 반대인 '다음'보다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 받은 이유가 미래가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도 각각 건설업의 침체와 바이오 사업의 미래가치를 감안해 주가가 형성됐고, 각각의 주가를 기준으로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비율이 결정된 것은 정상적이라고 했다.
오히려 카카오의 경우 비상장 기업이어서 기업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웠던 반면 상장사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기업의 현재가치와 미래가치를 모두 반영하는 주가로 합병했기 때문에 적합했다는 설명이었다.
A 본부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등 상장법인끼리의 합병은 자본시장법에 따른 주가에 따라 합병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비율을 문제삼는 것은 우리의 자본시장법을 부인하는 것으로 자본주의에 대한 도전행위라고 했다.
그는 또한 합병비율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합병을 반대하면 되는 것이라며, 주가는 시장참여자들의 집단지성의 평균값이라고도 했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억지라고 주장했다.
검찰 측이 구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한 비율로 합병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A본부장은 각자의 판단의 차이가 있는 건 분명하지만, 그 비율을 인정하지 않으면 합병에 반대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이날과 같은 재판과정을 3년째 겪으면서 '잘 지낸다'고 답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일각에선 그 3년이 그리 힘들지 않은 시간이지 않았느냐는 말도 한다.
99차 공판과 관련된 기사에 달린 일부 삼성 직원으로 추정되는 댓글 중에는 "총 99차례 재판 중에 이 회장이 직접 참석한 날은 얼마 없을 것"이라는 추측성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는 형사소송법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보인다. 형사재판의 경우 특별히 법원이 허가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의 재판 출석은 의무다.
이 회장은 2021년부터 시작해 99차례 진행된 재판 중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하기 위해 불출석하는 등의 사유서를 제출한 10차례를 제외하곤 3년간 89차례의 재판에 참석했다.
앞서 2016년 11월 8일 삼성전자 본사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검찰과 특별검사의 10차례의 소환조사와 국정농단과 삼성물산 합병 재판을 합치면 총 170회의 재판에 출석했다. 구속일수도 565일에 달한다.
8월 하순 100차 공판에 이어 올해 1심이 끝나더라도 앞으로 또 몇 년을 2심과 3심으로 시간을 보내야할지도 모른다. '잘 지내느냐'는 질문에 이 회장이 답하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바르고 빠른 마무리를 기대한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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