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 수 배웠네요.” ‘청룡기 4강행 SV’에도 만족 못한 황준서, 장현석과 뜨거운 포옹

장충고등학교 투수 황준서가 팀을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 4강으로 이끄는 결정적인 세이브를 달성했다. 하지만, 8강전 투구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황준서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상대 팀 마운드에 올랐던 마산용마고등학교 투수 장현석에게 “한 수 배웠다”라며 다음 등판 때 더 좋은 투구를 보여주겠단 다짐과도 같았다.

장충고는 7월 24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8강전에서 마산용마고를 3대 2로 꺾었다. 장충고는 25일 오후 2시 목동구장에서 강릉고등학교와 경북고등학교의 8강전 승자와 준결승전을 치른다.

이날 장충고는 1회 초 1사 2, 3루 기회에서 4번 타자 류현준의 2타점 적시 2루타로 선취 득점에 성공했다. 장충고는 3회 초 1사 2루 기회에서도 류현준이 바뀐 투수 장현석을 상대로 1타점 좌익수 왼쪽 적시타를 날려 추가 득점을 만들었다.

장충고 황준서(사진 왼쪽)와 마산용마고 장현식(사진 오른쪽)이 청룡기 8강전을 마친 뒤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목동)=김근한 기자

장충고 마운드 위에선 선발 투수 김윤하가 4.2이닝 75구 3피안타 8탈삼진 1볼넷 무실점 쾌투로 상대 타선을 꽁꽁 묶었다. 장충고 벤치는 5회 2사 뒤 구원 투수로 조동욱을 투입했다. 조동욱은 7회까지 무실점으로 순항했지만, 8회 말 갑작스럽게 흔들렸다.

조동욱이 피안타 2개와 상대 도루와 포수 송구 실책이 겹쳐 무사 1, 3루 위기를 내줬다. 이에 장충고 벤치는 곧바로 ‘에이스’ 황준서 카드를 꺼냈다.

황준서는 선두타자 전태현을 3루수 방면 파울 뜬공으로 잡고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황준서는 후속타자 차승준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은 뒤 볼넷을 연이어 허용해 1사 만루 위기를 맞이했다. 황준서는 권희재에게 큼지막한 좌익수 방면 희생 뜬공을 맞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후 사구 허용으로 이어진 2사 만루에서 황준서는 김주오를 2루수 땅볼로 유도해 3대 2 한 점 차 리드를 가까스로 지켰다.

9회 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황준서는 선두타자 볼넷 뒤 희생번트와 진루타로 2사 3루 마지막 위기에 처했다. 황준서는 마지막 타자 전태현을 투수 앞 땅볼로 처리해 경기를 매듭지었다.

황준서는 경기 뒤 그라운드 위에서 상대 팀 유니폼을 입고 102구 14탈삼진 괴물투를 펼쳤던 장현석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장충고 투수 황준서가 7월 24일 청룡기 8강전에서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사진(목동)=김근한 기자

서로 격려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뒤 취재진과 만난 황준서는 “지금 아마추어 무대에서 가장 잘 던지는 투수인 장현석 선수와 경기에서 대결한 자체만으로도 큰 영광이었다. 100구가 넘을 때까지 그 구속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대단해보였다. 장현석 선수가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해줬고, 나는 ‘정말 던진다. 서로 수고했다’라고 답했다. 오늘 내가 한 수 배우고 가는 느낌”이라며 고갤 끄덕였다.

황준서는 이날 등판에서 2이닝 1피안타 2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 초반부터 일찌감치 몸을 풀었기에 황준서가 100% 투구 컨디션이 아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황준서는 “3, 4회부터 몸을 풀다 보니까 힘이 많이 떨어진 느낌이었다. 위기 상황에선 3점 차 리드니까 점수를 줘도 된다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던졌다. 사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생각보다 마음 같이 안 풀려서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오늘 100% 투구 컨디션은 아니었다. 변화구 제구도 안 풀렸다. 그래도 어쨌든 팀 승리를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건 잘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바라봤다.

이제 청룡기 우승까지 준결승과 결승전을 앞둔 황준서는 “다른 친구들의 투구 컨디션이 더 좋기에 서로 믿고 남은 2경기를 잘 마무리하고 싶다.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자는 얘길 나누는데 결과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준결승전에서 맞붙을 팀들에도 조대현, 전미르 등 청소년 국가대표 선수들이 있는데 맞붙는다면 그때는 더 좋은 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장충고 선수단이 청룡기 4강 진출 확정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목동)=김근한 기자

[목동(서울)=김근한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