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신고 폭주한 '괴소포'…"브러싱 스캠 의심되지만 방심 금물"

최지은 기자 2023. 7. 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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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제주시 노형동 제주우편집중국에 도착한 대만발 정체불명 우편물./사진=뉴시스


중국에서 출발해 대만을 거쳐 한국에 들어온 정체불명의 국제소포 관련 신고가 닷새 동안 2000건 넘게 접수됐다. 독성 화학물질 등은 검출되지 않았지만 괴소포에 불안에 떠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해외에서 수상한 우편물이 배송됐다는 신고는 24일 오후 5시 기준 2623건 접수됐다. 이 중 903건은 경찰이 직접 수거했고 나머지 1720건은 오인과 택배 관련 상담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일 울산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배달된 소포에 독극물이 든 것 같다는 신고가 처음 접수된 후 전국 각지에서 신고가 이어졌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에서 접수된 신고가 787건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 620건 △부산 98건 △대구 96건 △세종 12건 △강원 46건 △충북 89건 △충남 127건 △전북 105건 △전남 79건 △경북 119건 △경남 68건 △제주 18건으로 접수됐다.

노란색과 검은색 우편 봉투에 배송된 소포 안에는 냄새가 없는 반죽 형태의 물체나 부피가 작은 화장품 형태의 물건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완충재만 있거나 아예 내용물이 없는 경우도 빈번했다.

/사진=뉴스1


인체에 유해한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 발송된 정체불명의 소포와 관련한 신고 건수가 늘어나며 시민들 사이 불안함이 커지고 있다. 부산 남구에 거주하는 최모씨(33)는 "괴소포와 관련한 신고들이 되는 걸 보고 나에게도 (괴소포가) 오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며 "중국에서 학교를 다녀 중국발 택배를 받는 일이 종종 있는데 택배를 개봉하기 전 주소를 더 꼼꼼히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김모씨(32)는 "가격이 더 저렴해 해외 배송 상품을 구매할 때가 있는데 괴소포가 다른 소포와 섞여 들어올까 아찔하다"며 "당장 유해한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지만 나중에는 독성 물질이 발송될지도 모르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브러싱 스캠' 가능성을 언급했다. 브러싱 스캠이란 온라인 판매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수령인이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불특정 다수에게 발송하는 것을 말한다. 2020년 미국에서도 중국 우편 주소가 적힌 소포가 전역에 퍼져 배송되면서 생화학 테러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브러싱 스캠으로 드러났다. 당시 소포 안에는 식물 씨앗이 들어있었다.

이와 관련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만약 호흡 곤란이나 피부 발진 등 인체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생화학 물질 같은 것들이 뭍은 채 배송됐다면 이는 브러싱 스캠이 아니라 테러"라며 "이번 사례는 (생화학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기에) 테러와는 구별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주소 등 수신자의 개인 정보가 어떻게 발신자 손에 들어갔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해외에서 발송된 소포라고 하더라도 수신자의 주소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된 것이라면 한국인들의 신상 정보가 많이 퍼져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며 "만약 악용됐을 때 피해는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날 수 있어 우리 사회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범죄 유형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국민들에게 대응 방식을 교육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교수는 "국정원 홈페이지 등에 들어가면 국제 우편물 중 테러 가능성이 많은 우편물에 대한 수령 방법과 신고 방법 등이 잘 안내돼 있다"며 "일반 시민들에게 이런 대처 방법이 홍보되고 교육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희근 경찰청장은 24일 오전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이 사안이 중하다고 판단해 지난주 대테러·수사·외사 등 경찰 내 여러 부서가 모여 협의한 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관련 기관들에 지침을 줬다"며 "인터폴과 중국에 있는 경찰 주재관을 통해 정확한 발송지 추적 등을 위해 수사 협조를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브러싱 스탬으로 추정되지만 우리나라의 주소를 어떻게 알았는지 등 의심되는 정황은 법적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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