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정아 “김혜수와 단둘이 물 속에서 ‘하나, 둘, 셋’···눈물 나는 순간”[인터뷰]
너 나 모르냐?
가족처럼 지냈지만 사고로 뿔뿔이 흩어져 생사도 모른 지 3년. 고향으로 돌아온 춘자는 자신을 적대하는 진숙에게 묻는다. 열네 살 식모살이를 시작으로 어촌마을 군천에 이른 혈혈단신 춘자는 배우 김혜수가, 선장인 아버지와 함께 마을 사람들을 어우르고 이끄는 해녀 진숙은 염정아가 연기했다. 춘자의 “너 나 모르냐”는 깊은 애정, 서운함, 간절함이 담긴 말이다. 올 여름 최고 기대작 <밀수>는 뜨겁고 복잡다단한 관계를 가진 두 여자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모두가 아는 얼굴을 가지고 새로운 인물을 연기한 두 사람을 이틀에 걸쳐 만났다.
https://www.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307241531001
“진숙의 키워드는 리더예요. 어깨에 책임감을 잔뜩 얹은 리더죠. 자신뿐 아니라 해녀들, 그 가족들의 생계까지도 걱정하는 사람이에요. 아버지가 선장이었고, 집에 배가 있었고, 해녀들이 우리 배를 타고 나가야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걸 어렸을 때부터 보면서 자랐어요.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춘자(김혜수)를 의심하는 상황에서도 작전을 같이 하게 되는 거죠.”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염정아는 진숙을 표현하는 단어로 ‘리더’를 꼽았다. 진숙은 소용돌이치는 상황에서도 주변인들을 위해 참고 벼르는, 진중한 인물이다. 어촌마을에서 선장의 딸로 자란 진숙은 솜씨 좋은 해녀다. 춘자와 가족처럼 지내던 진숙은 어느 날 일어난 사건 때문에 모든 것을 잃는다. 진숙은 이 사건 뒤에 진숙이 있다고 믿게 된다. 크나큰 배신감을 느끼며 칼을 갈지만, 3년 뒤 그렇게 수소문하던 춘자를 만났을 때 그에게는 따귀를 몇 대 날리는 것밖엔 별 수가 없었다. 진숙은 ‘더 큰 건’이 있다는 춘자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해녀들의 생계를 위해서다. 염정아는 “진숙이는 그렇게 독한 사람이 못 되는 것 같다”며 “배신감에 바들바들 떨지만, 정작 제 손으로는 어떻게 못 한다”고 말했다.
힘들수록 감정을 눌러담는 진숙은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캐릭터를 연기해 온 염정아에게도 낯선 캐릭터였다. 염정아는 “차라리 표현을 하는 캐릭터면 세게 표현하면 될 텐데 그게 아니다 보니 혼자만의 고민이 시작됐다. 류승완 감독님이 길을 보여주셔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촬영했다”며 “진숙 같은 역할은 별로 안 해 봤다. 튀는 역할, 센 역할만 했다. 진숙은 묵직하게 자기감정을 쭉 밀고 나가는 역할”이라고 했다. <밀수>의 말 많고 개성 있는 캐릭터들 속에서 염정아는 극의 무게중심을 잡는다.
극 중 춘자는 진한 화장을 하고 원색의 옷을 입는다. 머리카락도 굵게 물결친다. 반면 진숙은 화장기 없는 얼굴에, 목 뒤까지 오는 짧은 머리를 했다. 옷도 채도가 낮고 작업복을 연상시킨다. 그는 “춘자와 상반되는 느낌으로 스타일링을 하고 싶었다”며 “머리를 짧게 잘라 보이시한 느낌을 줬다. 그 다음 점프수트를 입게 됐고, 그런 식으로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고 말했다.
김혜수가 명장면으로 꼽은, 춘자와 진숙이 물 속에서 서로 교차하며 서로를 맞잡아 끌어주는 장면에 대해 염정아도 “언니와 같은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모든 스태프들이 물 위에 있고 물 속에는 저희 둘 밖에 없었어요. 감독님이 따로 ‘큐’를 주시는 게 아니라 저희가 준비가 되면 시작하는 장면이었죠. 언니랑 저랑 눈을 마주치며 ‘하나, 둘, 셋’하면 딱 출발하는 거예요. 셋을 셀 동안 세상에 언니랑 저 밖에 없었어요. 눈물 나는 순간이에요. 어떤 감정인지 모르겠어요.”
염정아는 27년 전 MBC 드라마 <사과꽃 향기> 때 김혜수와 함께 작품을 했다. 그는 “그때도 저는 혜수언니가 엄청 멋있다고 생각했다. 언니는 거침이 없고, 좀 남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며 “당시에는 좀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만나보니 그런 언니가 아니다. 너무 사랑스러운 분”이라고 했다. 이어 “언니가 하루에도 몇 번씩 ‘너는 이래서 좋아’ ‘너는 어쩜 그렇게 잘해’ 이래서 ‘언니 칭찬 좀 그만해’ 할 정도였다”며 “제게는 ‘너는 뭘 많이 하지 않아도 전달이 잘 되는 배우’ ‘나를 보완해주는 배우’라고 해주셨는데 저한테 되게 큰 칭찬이었다. 의지가 많이 됐고, 잘했단 얘기를 들으니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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