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벌면 한 번 까먹고...‘실적 도돌이’에 암울한 정유업계
작년 대비 90% 가량 하락 예상
정제마진 7달러에 근접 상승세
“업황 개선 흐름으로 보긴 일러”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올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각각 1711억원, 198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SK이노베이션은 92.7%, 에쓰오일은 88.5% 급감하는 규모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 2조3292억원을, 에쓰오일은 1조7220억원을 달성했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올 2분기 저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 1분기만 놓고 보면 정유4사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70% 줄어든 1조2889억원에 그쳤다.
정유산업 업황은 여전히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정유산업 내수·수출 실적은 모두 감소했다.
운송용 수요가 확대되기는 했지만 전체 내수 판매 가운데 약 47%를 차지하는 석유화학용 나프타 수요가 부진했다. 이 때문에 지난 4월 기준 내수 판매는 전년도 같은 달보다 4.9% 감소했다. 판매 물량으로 보면 지난 4월 기준 나프타는 14.1% 줄었다.
전체 수출액은 3개월 연속 하락해 지난해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지난 5월 수출액은 43억6000만달러로 전년도 같은 달보다 33.2% 감소했다.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하락하면서 수출 단가가 같은 기간 32.8%나 주저앉은 탓이다. 이 기간 수출단가는 톤(t)당 1117달러에서 748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정유업계 실적 부진은 특히 정제마진의 하락 영향이 크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값을 말한다. 국내 정유업계는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7.7달러를 기록한 지난 3월 4주차 이후 줄곧 2~5달러대에 머물렀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은 점도 업황 부진을 이끈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3%로 1분기(4.5%)보다 높았지만 시장 기대치(7.3%)를 밑돌았다.
국제유가는 이달 3주차를 기준으로 볼 때 러시아 원유 수출이 6개월 만에 최저치로 감소해 반등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 경기지표 부진에 따른 글로벌 수요 둔화가 유가 상승을 계속해서 가로막고 있다.
물론 올 하반기에는 업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개선되고 있어서다.
국제유가는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 감소 전망, 중국 정유업체 재고 확대·수출량 감소, 러시아 원유 수출 감소 등이 맞물리면서 상승 기반을 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정제마진은 이달 3주차에 이르러 배럴당 6.8달러로 지난 3월 4주차 이후 가장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이 경기부양 강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기대감은 더 커지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지난 21일 소비 회복·확대를 위한 자동차·전자제품 소비 촉진 정책과 내수 활성화 계획을 내놨다.
엔데믹에 따른 항공유 중심의 석유제품 수요 확대, 비(非)OECD 국가 수요 증가도 업황 개선의 긍정적 요인이 될 전망이다.
반대로 올 하반기 역시 업황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고음도 들린다.
박상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전년 동기 수출물량(9.6%) 확대의 기저효과와 수출단가·정제마진의 동반 하락으로 수출물량(-1.0%)과 수출액(-22.5%) 모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최근 정제마진이 상승하기는 했지만 업황 자체가 개선되고 있다는 흐름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른 단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중국 경기가 회복된다 해도 중국경제와 국제경제 간 커플링(동조화) 관계가 약화되고 있는 만큼 업황 개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산업 업황은 세계 경기 회복과 밀접해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 정유도 살아날 것으로 보는데 현재 국제경기가 회복될 만한 시그널은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 내수 경기와 세계 경기 간 커플링 효과도 미미해지고 있고 최근 정제마진이 회복되기는 했지만 이것도 정유 업황이 개선되는 추이를 보인다고 판단하기에는 섣부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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