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처가 리스크’…윤 대통령의 ‘선택적 침묵’

김윤나영 기자 2023. 7. 2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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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명백히 밝혀야”
“모르쇠 일관 윤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 정점”
최인호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들이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선언은 5가지 법률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 리스크’에 대한 야당의 해명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장모 최은순씨의 법정구속,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논란 등에 대해 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히라는 압박이다. 윤 대통령의 “장모는 남한테 10원 한 장 손해 안 끼쳤다” 같은 과거 발언은 고스란히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최씨가 349억원의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지 나흘째인 24일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사법부 판결은 대통령실이 언급할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심 판결이 나온 지난 2월 대통령실 명의로 “더불어민주당이 허위 주장을 해왔음이 증명됐다”고 즉각 대응했던 것과 대비된다.

용산을 향한 야당 질문에 윤 대통령이 선택적으로 침묵하고 여의도의 여당이 대신 답하는 ‘용문여답’도 이어지고 있다. 의혹에 답해야 할 윤 대통령은 뒤로 빠지고 국민의힘이 앞장서서 논란을 정쟁화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김 여사의 순방 중 명품 매장 방문이 논란이 됐을 때도 여당 의원들이 나서 방어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24일 상무집행위원회에서 윤 대통령의 침묵에 대해 “자신에게 유리할 때는 관계기관을 총동원해 나팔수 세우고 불리할 때는 입 꾹 닫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윤 대통령이야말로 ‘이권 카르텔’의 정점”이라고 비판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내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준 적이 없다”는 발언을 들어 “면책특권만 아니면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수사대상”이라고 말했다.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을 거론하며 “모두 다 허위사실이다. 이에 대해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대검찰청이 2020년 3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장모 사건 대응 문건을 작성한 것도 문제 삼았다. 서 최고위원은 문건 관련 보도를 언급하며 “검찰총장 시절 어떤 이권카르텔이 있었는지 윤 대통령 일가의 게이트 사건을 철저하게 이원석 검찰총장은 수사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수사를 지휘하라”고 말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과거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통장사본을 들어보이는 사진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불거진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에 대해서도 직접 답하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정미 대표는 “대통령이 처가가 가진 땅을 언제 구입했고 어떤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지 등을 국민 앞에 명백히 밝혀야 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장모 최씨의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도 재조명받고 있다. 양평군이 윤 대통령 처가 가족회사에 부당하게 공흥지구 아파트 개발사업 기간을 연장해 주고 798억원의 분양 실적에 대한 개발부담금을 한 푼도 부과하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최씨가 법정 구속된 지난 21일 김 여사 일가가 공흥지구에 아파트 1채와 상가 6채를 보유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지만 대통령실은 침묵하고 있다.

야당은 양평군수를 지낸 김선교 전 국민의힘 의원과 윤 대통령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서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은 공흥지구 특혜 의혹 당시 양평군수였던 김 전 의원과 막역한 사이였다”며 “김 전 의원은 지난해 3월 윤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자신이 허가를 잘 내줬다. 장모님 일로 윤 대통령이 미안해했다’고 말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 관저 선정 당시 역술가 ‘천공’이 아니라 풍수지리가 백재권 사이버한국외대 겸임교수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대통령실은 관저 후보였던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천공이 둘러봤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천공이 아닌 백 교수가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사실을 은폐해놓고 이토록 뻔뻔할 수 있다니 어이없다”며 “대통령실은 누구의 지시로 풍수지리가에게 국가 의사결정 과정을 맡겼는지 밝히라”라고 압박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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