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이효석문학상] 기억이 들춰낸 삶의 복잡성, 올해 주인공은 누구일까
중견·신인 소설가 차별없이
심사위원 4인 치열하게 격론
대상상금 5000만원으로 늘려
국내 최고수준 문학상 발돋움
8월 중순 수상작 결과 발표
◆ 이효석 문학상 ◆
올해 제24회째를 맞은 이효석문학상이 2023년 또 한 번의 여정을 시작했다. 이효석문학상은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가산(可山) 이효석 선생(1907~1942)의 문학정신을 추념하고자 2000년 제정된 문학상이다. 2015년부터 이효석문학재단·매일경제신문이 공동 주최해온 이효석문학상은 올해부터 교보문고가 새로 합류해 '한국 최대 규모 문학상'으로 발돋움한다.
이효석문학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심진경)는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이효석문학상 본심을 개최하고 최종심 진출작을 확정했다. 올해 심사위원은 심진경 문학평론가, 이경재 문학평론가, 정이현 소설가, 박인성 문학평론가 등 4인이다.
지난 5월 위촉된 심사위원 4인은 지난 1년간(2022년 6월~2023년 5월) 온오프라인 매체에 발표된 중단편소설 가운데 우수 단편소설을 3~4작품씩 추천한 뒤 총 13작품을 대상으로 심사했다. 이날 치열한 격론 끝에 본심 관문을 뚫고 최종심에는 김인숙, 안보윤, 신주희, 김병운, 지혜, 강보라 작가(이상 등단연도순)가 진출했다.
심진경 평론가는 "여성작가 작품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이 여성작가들이 소위 여성적 테마에 집중하고 있지 않다"며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한국문학장에 누적된 변화들이 서서히 새로운 문학으로의 질적 전환을 이루고 있고 이런 변화가 유의미한 문학적 성취로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심 평론가는 "그다음으로 주목할 부분은 신인작가들의 부상"이라며 "이들 작품은 해외여행, 요가, 반려식물, 스마트폰, 운동, 코인, SNS, 심지어 마약 문제에 이르기까지 소위 MZ세대들의 일상적 풍경을 스케치하면서도 그 속에 잠복한 불안과 체념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고 총평했다.
심사위원들이 검토한 13편의 단편소설은 과거 혹은 기억 중심 작품들이 다수였다. 안보윤 '애도의 방식'은 학교폭력을 둘러싼 가해와 피해의 기억을 다루면서 기억을 재생하는 일의 무거움을 사유한 작품이었고, 김인숙 '자작나무 숲'은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기만 하는 '나'의 할머니의 기억과 망각을 중심 소재로 다뤘다. 지혜 '북명 너머에서'는 약 20년 전 북명백화점에 입사했던 여성들을 기억하는 화자 '나'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소설이다.
김병운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삼촌을 병문안 가면서 사라짐의 의미를 모색했고, 강보라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은 여행지 발리 우붓의 게스트하우스서 만난 서로 다른 사람들을 통해 뜻하지 않은 만남이 내면에 일으키는 '농도'의 변화를 탐색한다. 신주희 '작은 방주들'은 무보직 대기 발령을 받은 '나'를 자신의 안위를 위해 교묘히 모략하는 직장 동료를 이야기한다.
심사위원들이 막판까지 고심했던 한 신진 작가의 작품도 있었다. 202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신인 소설가 공현진의 단편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는 성인 기초수영반에서 만난 남녀 두 인물을 통해 이 시대의 윤리와 삶에 관해 모색하는 작품이다. 한 심사위원은 "공현진 소설가는 정말 잘될 것 같은 작가"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나 논의 끝에 최종심에는 안타깝게 오르지 못했다. 위수정 '몬스테라 키우기', 하성란 '비로소 비', 김홍 '이승진, 이승진, 그리고 이승진'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전원 동의를 획득한 작품 4편을 먼저 최종심에 올린 뒤 나머지 두 자리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 심사는 투표를 거쳐 약 1시간 30분간 이뤄졌다.
심사위원 정이현 소설가는 "최근 이효석문학상이 이서수, 김멜라 작가 등 젊은 독자들에게 새롭게 각인이 되는 작가, 확실하게 기대되는 작가를 '반 발짝' 먼저 발굴한 점에 놀랐다"며 "보수적인 문학상에서 이서수, 김멜라를 호명했다는 점은 이효석문학상이 공정한 상이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올해 이효석문학상 최종심 결과는 8월 중순 공개된다. 최종심에 진출한 작가들에게는 우수상 상금 500만원과 상장이 주어지고(총 5인), 최종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 1인에게는 상금 5000만원과 상패가 주어진다. 올해 '제24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은 교보문고에서 출간된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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