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 교육 vs 인권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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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가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을 일으킨 게 아니다.
'인권'의 참뜻이 왜곡된 채 일방적인 '권리'로 둔갑하면서 권리와 '갑질'이 동급이 되어버렸다는 의구심이 자꾸만 드는 것이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두 글자에 필연적으로 포함된 가치인 '공존'과 '배려'를 배우지 않으면 딸에게 인권이란 권리와 같은 개념으로 인식될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인권 교육을 해온 것일까, 권리 교육을 해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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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가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을 일으킨 게 아니다. 하지만 어쩌면 사회 전반의 높아진 인권 의식이 갑질 문화 확산에 한몫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계속해서 솟아난다. ‘인권’의 참뜻이 왜곡된 채 일방적인 ‘권리’로 둔갑하면서 권리와 ‘갑질’이 동급이 되어버렸다는 의구심이 자꾸만 드는 것이다.
몇 년 전 딸과 대화하다 “으이구 이 멍청아”라고 했다. 딸은 곧바로 정색하면서 멍청이라 부르는 것도 정서적 학대고 가정폭력이라고 말했다. 놀랐다. 멍청이라고 부르는 행위, 엄밀히 말하면 정서적 학대 맞다. 흠. 그런 건 또 어떻게 알았대? 학교에서 인권 교육 시간에 배웠다고 한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선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아는 것부터 시작하는 법. 잘 배웠구나. 나는 속으로 ‘잘한다, 잘한다, 내 새끼’를 흥얼거렸다.
요즘 딸은 ‘피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자신이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만큼 타인도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없어 보인다고 느꼈지만 틀린 말은 아니니 그러려니 하고 지냈다. 그런데 친구와의 관계에서, 동생과의 관계에서도 ‘피해’라는 말이 등장하면서 뭔가 방향성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가장 평범한 10대를 대표하는 딸은, 자신의 권리만큼은 제대로 아는 사람으로 자라고 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두 글자에 필연적으로 포함된 가치인 ‘공존’과 ‘배려’를 배우지 않으면 딸에게 인권이란 권리와 같은 개념으로 인식될 것이다. 내가 우려하는 건 이 지점이다.
굳이 학교만이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인권 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저기서 인권 교육이 넘쳐난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사회 전반의 인권 의식이 높아지면 그동안 사각지대에 있어 인권적으로 보호받지 못했던 사회적 약자의 삶이 나아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사회는 오히려 반대로 간다. 대중의 높아진 인권 의식은 인권을 잃어본 적 없는 자들에게 더 막강한 힘을 부여하는 무기가 되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힘이 향하는 방향은 인권적으로 자신을 방어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사회적 약자다.
청년들의 평온할 권리를 위해 노키즈존이 만들어지고, 아파트의 우아할 권리를 위해 배달기사의 오토바이 출입이 막히고, 돈 낸 만큼의 서비스 받을 권리를 누리기 위해 백화점 직원을 하대한다. 그리고 소중한 내 아이의 권리를 위해 교사를 ‘인간적으로’ 괴롭힌다. 이 모든 일이 행해지는 가운데 죄책감은 없다. 정당한 권리를 요구한다는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인권’이어야 한다. 단지 ‘권리’이기만 해선 안 된다. 인권(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엔 필연적으로 ‘나’뿐이 아닌 ‘너’의 권리도 함께 포함돼 있지만 권리(타인에
게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힘이나 자격)에서 관계는 일방성을 갖는다. 힘이나 자격이 강조된 권리는 갑질로 이어질 위험성이 내포돼 있다.
우리는 그동안 인권 교육을 해온 것일까, 권리 교육을 해온 것일까. 이제 그에 대한 고민이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다.
류승연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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