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동성 향한 ‘무차별 흉기난동’···기저에는 박탈감·질투심·경쟁심
서울 관악구 신림동 흉기난동 범행 기저에 박탈감·질투심·경쟁심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누범자의 재범 가능성을 형사사법체계 안에서 관리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모씨(33)는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번화가에서 20대 남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후, 30대 남성 3명에게 잇따라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혔다. 일면식 없는 이들을 상대로 한 이른바 ‘묻지마 범죄’(경찰의 공식 용어는 ‘이상동기 범죄’)였다. 상식 수준에서 범행동기를 파악하기 어려운 범죄라는 것이다.
조씨의 범행은 ‘또래인 동성’을 향했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 차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조씨가 또래 남성에 대한 그릇된 시기심을 키워왔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국범죄심리학회장을 지낸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24일 “평소 가지고 있던 비슷한 연령대의 동성에 대한 박탈감·질투심·경쟁심이 기저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경찰은 조씨가 계획적으로 흉기난동을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씨는 사건 당일 낮 12시59분 자신의 할머니가 거주하는 서울 금천구 집을 들렀다가 인근 마트에서 흉기를 훔친 뒤 오후 2시7분쯤부터 신림동에서 흉기난동을 벌였다. 그는 경찰에서 “이전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어, 사람이 많은 곳이라는 것을 알기에 (범행장소를) 정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조씨는 범행을 벌인 지 6분 만에 인근 스포츠센터에 앉아 있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백 교수는 조씨가 범행을 숨기지도, 도망가지도 않은 데 대해 “이미 자신의 처지에서 ‘이럴 수밖에 없었다’고 합리화와 책임 회피를 마쳤을 것”이라고 했다.
정확한 동기 파악을 위해서는 피해망상 여부 확인 등 전문가의 정신감정이 필요하다. 경찰은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도 병행할 방침이다. 이같은 ‘묻지마 범죄’를 막기 위해선 박탈감을 조장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돌아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누범자의 재범 위험성을 형사사법체계 안에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씨는 전과 3범에 소년부 송치 전력 14건이 있다. 2010년 신림동의 한 주점에서 시비가 붙은 손님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무에게나 흉기난동을 벌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위험한 신호다. 묻지마 범죄는 재범위험이 높은 유형 중 하나”라고 했다. 이어 “형 집행이 끝났다고 끝이 아니라, 재범의 위험성이 감소됐는지 충분히 판단하고 경찰의 누범자 관리시스템·고위험범죄자 시스템 안에서 관리감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경찰은 26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조씨의 얼굴과 실명·나이 등의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조씨의 범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의 최초 유포자도 입건해 수사 중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영상 자체가 잔혹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어 모니터링 중”이라고 했다. 경찰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영상 17건의 삭제를 요청한 상태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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