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엄마도 맞힌다더라"… 한국, 세계 '성장 주사' 매출 1위

박미주 기자 2023. 7. 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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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성장호르몬 주사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저신장증 같은 병이 없어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더라도 키를 키우기 위해 성장호르몬 주사제를 투여하는 비급여 시장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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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성장호르몬제 1위 머크의 국가별 매출 1위는 한국… 3년간 LG화학·동아ST 성장호르몬제 100%대 매출 급증

#초등학교 2학년 자녀의 학부모인 A씨는 요즘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를 알아보고 있다. 병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녀 키가 또래보다 작아 고민하던 와중에 자녀 친구 엄마가 "지인 중 의사인 엄마가 있는데 비급여로 아들에게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힌다고 하는데 우리 애도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게 해줘야 하나 싶다"고 한 말을 듣고 솔깃해졌기 때문이다. 엄마들 사이에선 어떤 성장클리닉에 다녀야 하는지가 화제가 되기도 해 성장호르몬 주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국내에서 성장호르몬 주사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저신장증 같은 병이 없어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더라도 키를 키우기 위해 성장호르몬 주사제를 투여하는 비급여 시장이 커졌다. 다국적 제약사 머크가 판매하는 세계 성장호르몬 주사제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인 '싸이젠'의 국가별 매출 1위가 한국일 정도다. 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내 문화와 낮아진 성장호르몬 주사제 가격, 부모의 높아진 관심도 등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전문가는 정상범위의 아이들에게까지 무분별하게 성장호르몬 주사제를 투여하는 것은 부작용 등의 우려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머크의 성장호르몬 치료제 '싸이젠' 6mg과 12mg/사진= 머크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아이큐비아 데이터 판매량 기준 지난해와 올해 1분기 세계 판매 1위 성장호르몬 결핍 치료제 브랜드인 싸이젠의 국가별 매출 1위는 한국이다. 지난해 머크의 싸이젠 매출 증가율은 2019년 대비 29%다. 그만큼 한국의 성장호르몬제 시장이 커졌다는 의미다.

국내 성장호르몬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LG화학의 '유트로핀' 매출도 급증세다. 유트로핀 매출은 2019년 600억원에서 2020년 800억원, 2021년 1000억원, 지난해 1200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3년간 매출 증가율은 100%를 기록했다.

국내 점유율 2위인 동아에스티의 성장호르몬제 '그로트로핀'의 매출도 2019년 245억원에서 2020년 324억원, 2021년 443억원, 지난해 615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82.4% 급증한 231억원이다.

유트로핀/사진= LG화학


특히 비급여 시장이 커졌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서양 등 다른 나라보다 외모나 키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보니 성장호르몬 주사제 수요가 다른 나라보다 큰 것 같다"며 "보통 서양 국가에서는 저신장증 등 병이 있을 경우에만 성장호르몬 주사제로 치료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최종 키를 키우기 위해 정상 범주에 있는 아이라도 비급여로도 주사를 맞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성장호르몬제의 낮아진 가격 부담, 부모의 높아진 관심도, 성장클리닉의 확대 등이 비급여 시장을 키운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의약품 특성상 최초 등재 약가에서 가격이 지속 인하되기 때문에 과거 대비 비용 부담이 대폭 낮아진 점, 2명 이상의 다자녀에서 1자녀로 세대 구성이 변화하며 자녀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점, 대형종합병원 중심에서 의원급 등으로 성장클리닉이 확대되며 저신장증 치료 접근성이 높아진 점 등으로 환자가 약가 전액을 부담하는 비급여 시장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예전 치료 비용이 연간 1000만~1500만원가량이었다면 요즘에는 몸무게 40㎏ 기준 한 달에 40만~50만원 선으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키가 조금 작다고 해서 무조건 아이에게 성장호르몬 치료를 하게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양승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너무 많은 양을 쓴다거나 하는 등 무분별하게 성장호르몬제를 쓰는 곳도 있어서 우려된다"며 "성장호르몬 등 수치가 정상인 경우 주사를 맞아도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고,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밝혀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성장속도가 점차 저하되거나 부모 대비 키가 작다거나 하는 등의 성장 장애에 해당하는 경우에 성장호르몬 주사제를 맞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남아의 경우 초등학교 고학년, 여아는 3~4학년 정도로 사춘기 징후가 나타나기 직전까지 최대한 오랜 기간 지켜보는 것을 권장하며 최종 성인키가 작을 것으로 예측될 때 치료하는 것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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