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총선, 보수 야당 근소 차로 앞서…유럽 ‘극우 열풍’ 확산 저지
스페인 총선에서 제1야당인 보수 우파 정당이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여유있는 승리를 거둘 것이란 예측과 달리 과반에는 미치지 못해, 좌우 어느 쪽 진영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우파 진영이 예상만큼 선전하지 못한 것은 프랑코 독재의 악몽을 가지고 있는 스페인 시민들의 극우 확산에 대한 두려움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파 정당 1위 했지만…예상보다 낮은 득표로 과반 확보 실패
엘파이스 등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 개표 결과, 중도 우파 성향의 국민당(PP)이 전체 350석 중 136석으로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했다. 여당인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노동당(PSOE)은 122석을 차지했다. 극우 성향의 복스와 15개 좌파 정당이 연합한 수마르(Sumar)가 각각 33석, 31석으로 그 뒤를 이었다.
선거 전 여론조사 상으로 우파 진영이 큰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됐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국민당과 사회노동당의 차이는 30만표 정도에 불과했다. 일주일 전만 해도 국민당은 단독 집권까지 가능한 압도적인 승리를 꿈꾸던 상황이었다. 극우 정당인 복스도 4년 전보다 19석이나 더 잃었다.
국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애써 승리를 축하하는 행사를 벌였지만 가라앉은 분위기가 맴돌았다.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국민당 대표는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당의 대표로서 가능한 한 빨리 정부를 구성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 여당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이번 총선 결과로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이번 선거는 산체스 총리가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국민당과 복스 등 우파 야당 연합에 패한 뒤 ‘깜짝’ 조기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져 애초 계획보다 일찍 치러졌다.
산체스 총리는 “우파 연합은 패배했다. 스페인이 뒤로 물러나기보다 계속 전진하길 바라는 국민이 많고, 그것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인, 유럽 극우 물결 확산 ‘방화벽’
예상보다 적은 격차로 인해 차기 정부 구성이 미로에 빠지면서 한동안 스페인에는 정치적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에서 총리는 원내 1당 대표가 맡는 게 관례인데, 이를 위해서는 하원 의원 절대 과반에 해당하는 176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정치 진영에 따라 의석수를 계산하면 사회노동당과 수마르 등 좌파 진영이 172석, 국민당과 복스 등 우파 진영이 171석, 나머지는 뚜렷한 성향이 없는 무소속이라고 엘파이스는 보도했다.
만약 국민당과 복스가 손을 잡고 연합 정부를 구성할 경우 이는 1936∼1975년 프랑코 독재 정권 이후 처음으로 스페인에서 극우 정당이 정권을 잡는 셈이 된다.
그러나 국민 정서상 다른 정당들이 복스와의 연합을 받아들일 지는 불투명하다. 이번에 우파 진영이 예상만큼 선전하지 못한 것도 프랑코 독재의 악몽을 가지고 있는 스페인 시민들의 극우 정책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복스는 임신 중단, 성소수자 권리, 성평등, 이민 등 정책에서 극단적인 주장을 펼쳐왔다.
최근 몇년 동안 핀란드, 스웨덴, 네덜란드, 불가리아,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극우 및 보수정당이 잇따라 승리를 거둠에 따라 스페인도 그 대열에 합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이번 선거로 유럽에 확산하는 극우 열풍은 일단 저지됐다.
앞으로 스페인에서는 한동안 정부 구성을 놓고 치열한 협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에는 시간 제약이 없기에 길게는 몇 달까지도 걸릴 수 있다. 만약 정부를 꾸리지 못하면 총선을 다시 치러야 할 수도 있다.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305301630001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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