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 오열'한 충남아산 지언학, 따뜻하게 안아준 박동혁 감독 만나 '득점본능'에 눈을 떴다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우리 팀 에이스가 울면 어떻게 해."
여름 장맛비가 하염없이 쏟아지던 지난 23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그라운드. K리그2 충남아산FC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날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3' 23라운드 부천FC전에 선발 출전한 지언학은 팀이 1대0으로 승리한 뒤 그라운드에서 쏟아지는 빗방울보다 더 굵고 뜨거운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지언학은 이날 전반 20분 상대 수비수 닐손 주니어의 백 패스 미스를 가로채 페널티 지역을 뚫었고, 상대 골키퍼까지 제친 뒤 골을 터트렸다. 충남아산은 지언학의 이 골 덕분에 1대0으로 승리하며 최근 5경기 만에 승전보를 울렸다. 더불어 지난 2021년 7월 12일 이후 2년 만에 부천을 꺾으며 지긋지긋한 천적 관계를 청산했다.
이런 활약 덕분에 경기 후 수훈선수로 선정된 지언학은 중계방송사와의 인터뷰 말미에 갑자기 감정이 북받친 듯 폭풍 오열했다. 옆에 있던 구단 관계자가 "우리 에이스가 울면 어떻게 해"라며 지언학을 달랬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때였다. 옆에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서 있던 박동혁 감독은 말 없이 지언학을 끌어안으며 등을 토닥여 줬다. 눈물에 담긴 의미를 다 안다는 듯한 박 감독의 따뜻한 포옹. 지언학은 금세 마음을 추스른 듯 박 감독과 함께 어깨를 감싸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무명 선수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스타로 키우는 데 일가견이 있는 '육성장인' 박 감독의 역량이 드러난 장면이다.
지난 13일에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임대로 충남아산에 합류한 지언학이 선수 커리어의 새로운 전기를 열었다. 숨겨뒀던 공격 본능을 마음껏 뿜어내며 팀의 활력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팀에 합류하자마자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2골-1도움)를 기록하며 공격의 핵으로 떠올랐다. 지언학의 활약 덕분에 하위권으로 쳐졌던 충남아산도 후반기 반등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사실 지언학의 최근 활약은 기대 밖의 결과다. 부경고와 경희대를 졸업한 지언학은 2013년 스페인 3부 리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는 선수다. 스트라이커와 윙포워드, 공격형 미드필더 등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선수인데, 득점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다. 충남아산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K리그 56경기에서 3골(3도움) 밖에 하지 못했다.
박 감독 또한 "지언학을 영입할 때 여러 지도자들에게 확인했는데, '골 넣는 거 빼고 다 잘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우리 팀에서 골까지 넣으니 그런 말을 한 사람들이 의심된다"며 지언학의 활약에 자신도 감탄했다고 밝혔다.
결국 지언학의 최근 맹활약은 결국 충남아산에 와서 박 감독을 만났기 때문에 비롯됐다고 설명할 수 있을 듯 하다. 지언학도 "득점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늘 경기장에서 준비한 플레이를 최선을 다해 펼치자는 마음으로 뛰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편하게 대해주시고, 나를 믿어 주시니까 그런 점이 좋았다"며 최근 활약의 비결에 대해 밝혔다.
지언학은 "개인적으로 충남아산에 와서 득점을 기록했지만, 승리를 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번에 득점에 승리라는 결과까지 얻게 돼 행복하다. 앞서 골이나 오늘 골 모두 운이 따른 것 같다"면서 "경기 후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팀에 합류하고 보니 어느 덧 내가 중고참이더라. 경기에 이기고 싶어서 후배들에게 화도 많이 내고 소리도 많이 쳤는데, 잘 따라와준 덕분에 승리한 것 같아 더욱 울컥했다"고 폭풍 눈물의 이유를 설명했다.
박동혁 감독은 "지언학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한다. 팀에 굉장한 역할을 해줘서 만족스럽다. 외국인 공격수들에게도 자극이 될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2021년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김인균과 2022년 K리그2 득점왕에 오른 유강현을 키워내며 박 감독이 또 다른 '작품'을 발굴해낸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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