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품 검사·반성문 부활하나…정부, 학생인권조례 개정 추진

김정현 기자 2023. 7. 2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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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윤 교육부 차관, 오늘 오후 긴급 기자회견
"학생인권조례 정비 없이 교권 근본 회복 불가"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 및 자치 조례 정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07.24. dahora83@newsis.com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육부가 24일 교권침해 방지를 명분으로 학생인권조례 정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조례 상의 차별 받지 않을 권리, 사생활의 자유 등 조항을 열거하며 일부 학생이 이를 악용해 교권을 침해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교사의 생활지도 범위를 규정한 가이드라인(고시) 시안을 다음 달까지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도교육청과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법령 및 고시에서 생활지도권과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규정해 시행하더라도 학생인권조례 정비 없이는 교권의 근본적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학생인권조례 개정 추진을 공식화했다.

장 차관은 "당과 시도교육청과 함께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도 조속히 개정해 나가겠다"며 "학생인권이라는 미명 아래 차별 받지 않을 권리 조항은 교사의 칭찬이나 질문을 차별이라고 주장하는 데 활용되고 사생활의 자유 조항은 정당하고 즉각적인 학생 생활지도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날 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추진하라고 교육부에 지시한 바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교육부가 아니라 시도교육청에서 마련한 자치조례로, 2010년 경기도교육청을 시작으로 서울·광주·전북·충남·제주·인천 순으로 마련됐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7개 시도에 마련돼 있다.

교육부는 학생인권조례에 공통적으로 포함돼 있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 '사생활의 자유' 권리 조항이 교권침해에 악용된다는 입장이다.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를 살펴보면, '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학생이 자신의 개인적 특성과 입장에 따라 차별 받지 않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특히 교직원이 차별적 언사나 행동, 혐오적 표현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사생활의 자유' 조항에는 소지품과 사적 기록물, 사적 공간, 사적 관계 등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이 침해되거나 감시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전국의 교사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한 추도식 및 교사 생존권을 위한 집회를 열고 진상 규명과 교권확립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23.07.22. photocdj@newsis.com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나 학생의 동의가 없는 게 아니면 소지품 검사를 금지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교직원은 학생의 휴대폰을 비롯한 전자기기의 소지, 사용 자체를 금지해서는 안 되지만, 학생이 직접 참여해서 만든 학칙에 따라 전자기기 사용, 소지 시간을 규정해서 규제하는 것은 가능하게 돼 있다.

장 차관은 "(학생인권조례 조문들은) 포괄적으로 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서 침해할 수 있거나 악성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아주 포괄적인 근거가 되고 있다"며 "예를 들어 교사가 학생에게 칭찬 스티커를 주게 되면 칭찬 스티커를 못 받은 자녀 부모가 '우리 아이를 차별했다'라고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시행된 개정 '초·중등교육법'과 동법 시행령에 따른 가칭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가이드라인' 시안을 늦어도 다음 달까지 마련하고 하반기 시범 운영을 거쳐 고시로 제정할 계획이다.

개정 초·중등교육법은 '학교의 장과 교원은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교원의 교육활동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령과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법적 근거가 없었던 '교원의 생활지도권'을 처음 명시한 내용이다.

가이드라인에는 구체적인 예시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고영종 교육부 책임교육정책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너무 추상적으로 규정하면 효력이 없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예시로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있어서 최대한 그렇게 맞추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인권조례와 '교사 생활지도권 가이드라인'은 맞물려 있다. 예컨대 가이드라인에 문제 행동을 한 학생에게 반성문 쓰기, 체벌 등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학생인권조례 조항과 충돌하게 된다.

이에 따라 체벌이나 소지품 검사, 반성문 쓰기 등이 약 10년 만에 학교 현장에서 부활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는지 묻자, 고 국장은 "현장 의견을 듣고 학생 인권과 교원의 교육활동을 균형 있게 보장할 수 있는 수준에서 시안을 정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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