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를 다시 젊게 만들어주는 '회춘 스위치'는 과연 있을까
쥐실험선 시력·뇌 기능서 효과
국내연구팀 인체 진피 세포로
젊은 피부조직 만들어내기도
암 유발 등 부작용 해소가 과제
과학자들은 세포 노화 현상 원리 규명뿐 아니라 아예 세포를 젊게 만드는 '회춘' 기술 개발도 시도 중이다. 세포 노화를 되돌리는 전략으로 '역분화' 기술이 가장 널리 연구되고 있다. 역분화는 피부세포처럼 특정 신체 조직으로 자란 세포에 '야마나카 전사인자'라는 단백질 4종을 추가해 특정 세포로 분화하기 이전의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기술이다.
데이비드 싱클레어 미국 하버드대 의대 블러바트닉연구소 교수와 양재현 박사 연구팀은 지난 1월 늙고 눈이 먼 쥐의 시력을 되찾고 뇌를 더 젊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역분화 기술을 이용한 것으로 근육과 신장 조직까지 더 건강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생쥐의 세포 노화를 되돌리기 위해 야마나카 전사인자 중 3가지를 혼합한 칵테일을 사용했다. 눈먼 생쥐의 손상된 망막과 뇌, 근육, 신장세포 등에 이 칵테일을 투여했다. 항생제로 칵테일을 작동시키자 회춘 효과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젊은 쥐의 노화 속도를 2배로 높이는 데도 성공했다. 쥐의 DNA에 돌연변이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DNA가 접히는 방식을 도입해 노화를 더 빨리 일으켰다. 과학기술로 노화를 마음대로 앞뒤로 일어날 수 있게 한 것이다. 연구팀은 쥐와 마찬가지로 사람에게도 이런 기술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싱클레어 교수는 "사람에게도 일종의 회춘 스위치가 있을 것"이라며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국내 연구팀도 성과를 내고 있다. 조광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뇌공학과 교수는 늙은 피부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고 2020년 발표했다. 노화된 피부 조직에서 감소했던 콜라겐의 합성이 늘어나고 재생 능력이 회복된 젊은 피부 조직을 만들어냈다.
연구팀은 3개 층으로 이뤄진 인체 피부 가운데 가장 두꺼운 '진피' 윗부분에 존재하는 '섬유아세포' 속 단백질에 주목했다. 섬유아세포는 세포 사이를 연결해주는 콜라겐 등 물질을 생산하는 세포다.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섬유아세포 속 단백질들이 신호를 서로 주고받는지를 분석해 'PDK1'이란 단백질이 피부세포 노화를 유발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사람의 진피 섬유아세포와 이를 이용해 만든 입체 인공피부로 PDK1 유전자를 억제하는 실험을 진행했더니 젊은 피부 조직을 보였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2023 바이오 미래유망기술'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40곳 이상의 기업이 역분화 기술을 포함한 항노화 관련 상업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9년 창업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턴바이오'가 있다. 생명공학 벤처기업인 턴바이오는 회춘 기술을 연구하며 피부와 안구 등의 젊음을 되찾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메신저리보핵산(mRNA)을 기반으로 한 피부 회춘 알약도 선보였다. 국내 제약사인 대웅제약과 한올바이오파마, 일본 아스텔라스제약이 투자했다.
회사는 5년 내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아직 초기 단계의 작은 시장 규모와 임상 단계의 약물이 부족해 당장 회춘 기술을 사람에게 적용할 수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역분화 기술은 또 늙은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릴 수 있지만 효율이 낮고 엉뚱하게 암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점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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