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째 14층 비상계단 올라야 집 도착하는 입주민…‘관리비’ 문제로 승강기 멈춘 상가 관리인

올해 초 새로 바뀐 상가 관리인과 오피스텔 관리단이 ‘관리비’ 문제 두고 충돌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상가 관리인과 오피스텔 관리단이 ‘관리비’ 문제를 두고 승강기 작동을 임의로 멈춰 애꿎은 입주민만 피해를 보고 있다.

24일 YTN 뉴스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15층짜리 주상복합 건물 입주민 중 12층부터 14층에 사는 오피스텔 거주자는 넉 달째 비상계단을 이용하고 있다.

그나마 낮에는 11층까지 운영하는 상가 승강기를 탈 수 있지만, 상가가 문 닫는 저녁 6시부터 오전 9시 사이에는 1층부터 14층까지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해당 층에 거주하는 직장인은 퇴근 후 14층까지 비상계단으로 올라야 집에 도착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오피스텔까지 한번에 올라가는 승강기 운행이 멈췄기 때문인데 문제의 발단은 바로 ‘관리비’다.

그동안 해당 건물은 상가 측과 오피스텔 측이 각각 관리단을 꾸려왔다. 그런데 올해 초 바뀐 상가 관리인이 건물 전체에 대한 관리권을 주장하면서 관계가 틀어졌다고 한다.

주민들이 기존대로 오피스텔 관리단 측에 관리비를 내자 상가 관리인은 지난 4월부터 1층에서 오피스텔 층을 오가는 승강기 가동을 임의로 중단시켰다.

주민들은 관리비 미납으로 승강기를 멈춘다는 통보 외에는 어떤 안내도 듣지 못했고 불편이 계속되자 해당 문제는 법원으로까지 갔다.

최근 법원도 주민이 당장에 겪는 불편이 크다는 등의 이유로 승강기 가동 중단을 풀라고 했지만 상가 관리인은 안전점검을 이유로 중단이 불가피하다며 승강기를 가동시키지 않고 있다.

오피스텔 관리단도 상가 관리인의 자격을 문제 삼아 관리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피스텔 관리권을 둘러싼 상가 관리인과 오피스텔 관리단의 민사 소송이 진행 중이라 공권력도 섣불리 개입하기 부담스러운 상황.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 피해는 오롯이 주민 몫으로 남았다.

13층 한 주민은 “노인 분들도 계셔서 넘어지신 분도 있고 다리가 안 좋으신데 계단 손잡이 부여잡고 왔다 갔다 하시는 분도 있고. 택배는 1층에 그냥 상가들 왔다 갔다 하는 곳에 놔서 어떤 분은 훼손된 상황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정경인 온라인 뉴스 기자 jinori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