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부모 갑질'?…"소아과 문 닫겠다" vs "39도인데 진료 거부"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한 소아청소년과의원이 보호자 없이 진료를 받으러 온 9살 아이를 돌려보냈다가 '진료 거부' 민원을 받고 폐과하기로 했다는 사연이 알려졌다. 반면 부모가 직장에 있어 아이를 당장 돌봐줄 수 없는 상황에서 열이 39도까지 오른 아이가 혼자 병원에 찾아갔는데 그냥 돌려보내는 것이 적절하냐는 하소연도 주목받고 있다. 현행법상 보호자가 함께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진료를 거부하는 것은 부당한 진료 거부라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의사와 부모 간 갈등의 문제를 넘어 맞벌이 등으로 인한 '돌봄 공백'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소아청소년과의원의 안내문 사진을 공개하며 사연을 전했다.
임 회장은 "후배한테 전화 왔는데 9살짜리 아이 혼자 진료받으러 왔길래 부모한테 전화하라고 했더니 부모가 보건소에 진료 거부로 신고해서 보건소 공무원이 진료 거부 조사명령서 가지고 나왔다더라"며 "이 지역 소아청소년과는 여기밖에 없다"고 적었다.
그가 공개한 해당 의원의 안내문을 보면 "최근 9세 초진인 ○○○ 환아가 보호자 연락과 대동 없이 내원해 보호자 대동 안내를 했더니 보건소에 진료 거부로 민원을 넣은 상태"라며 "보호자의 악의에 찬 민원에 그간 어려운 상황에도 소아청소년 진료에 열심을 다한 것에 회의가 심하게 느껴져서 더는 소아에 대한 진료를 지속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타깝지만 소아청소년과 진료의 제한이나 소아청소년과로서의 폐업 및 성인 진료로 전환을 할 예정이다. 본 의원은 환아의 안전과 정확한 진찰을 위해 14세 미만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진료는 응급사항이 아닌 이상 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보호자 없는 진료에 대해 의사의 책임을 물은 법원 판례가 있으며, 진료에 보호자 대동은 아픈 아이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자 의무"라고 덧붙였다.
이 사연이 알려진 뒤 9세 아이의 보호자로 추정되는 누리꾼 A 씨가 맘카페를 통해 상황을 토로했던 글이 뒤늦게 화제를 모으고 있다.
A 씨는 "아이가 학교에서 열난다고 연락이 와서 '병원 예약해줄 테니 혼자서 갈 수 있냐' 물었더니 갈 수 있다 하길래, 2시부터 오후 진료 예약 시작이라 겨우 예약하고 보냈다"며 "그런데 만 14세 이하는 보호자 없이 진료 볼 수 없다고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열이 많이 나서 힘들어하는데도 단칼에 '5분 내로 오실 수 있냐' 해서 '근무 중이라 바로 못 간다. 차라리 뒤로 순서를 옮겨주실 수 없냐' 했더니 '이미 접수 마감이라 안 된다'고 했다"며 "아이는 그냥 집으로 돌아왔고 제 퇴근 시간 맞춰 다른 의원으로 갔다. 저를 보는 순간 아이가 너무 아프다며 펑펑 우는데 속에서 천불이 났다. 병원 가서 열 쟀더니 39.3도였다"고 전했다.
그는 "이거 당장 어디다 민원 넣고 싶다. 우선 내일 보건소에 전화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미성년자가 보호자와 함께 병원에 오지 않았다는 것이 정당한 진료거부 사유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법적으로는 부당한 진료 거부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대체로 민원까지 제기한 것은 과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아이가 아파 속상하더라도, 보호자가 동반돼야 한다면 따라야지. 이러니 '민원 공화국'이란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아이가 고열로 아픈 상황이라면 의원 측이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의료활동을 해줄 수 없었냐는 의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길 가다 9살 아이가 쓰러져도 보호자 없다고 처치안해줄 수는 없지 않냐. 아무튼 무사했다니 다행이지만 예외가 허용돼야할 문제 같다"는 의견을 남겼다.
다른 누리꾼은 "부모가 직장에 있거나, 아침에 당장 출근해야 하는데 애가 아파서 난감한 경우 비일비재하다. 말로만 일과 육아 양립, 워킹맘 지원 얘기하지 말고, 저런 일로 애엄마가 욕먹는 일 없게 제도를 바꿔라. 저 상황에서 애엄마가 대체 어떻게 해야 되냐"라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소아과는 폐원하고, 여성은 출산 파업하고…정부는 대체 뭘 하는가"라고 꼬집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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