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작전' 하정우·주지훈 버디무비의 새로운 아이콘 될 수 있을까[TEN스타필드]
이하늘 2023. 7. 24. 16:15
고난과 갈등 함께 이겨내는 친구와 우정 다룬 버디무비
버디 무비 시초 '내일을 향해 쏴라'
한국형 버디무비 계보는?
하정우와 주지훈 케미 먹힐까
일명 ‘버디(buddy)무비’는 말 그대로 친구와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를 말한다. 두 사람이 영화 속에서 고난과 갈등을 함께 이겨내면서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버디무비는 사실 브로맨스와 비슷한 듯 다르다. 브로맨스(Bromance)는 Brother와 Romance를 합쳐서 만든 신조어로 남성 사이의 뜨거운 우정과 유대를 표현하는 단어인데, 우정의 깊이에 따라 장르의 분류가 나뉜다. 그 때문에 버디무비와 브로맨스를 구분하는 방법은 모호하기도 하다.
오는 8월 2일 개봉하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은 하정우와 주지훈의 버디무비로 낯설고 이국적인 풍경에서의 케미를 다룬다. 영화는 1987년을 배경으로 중동과 담당 외교관 민준(하정우)가 레바논에서 실종된 외교관의 암호 메시지를 듣고 비공식적으로 동료를 구출하라는 임무에 자원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레바논에 도착한 민준은 우연히 한국인 택시 기사 판수(주지훈)를 만나고 함께 협업한다.
'내일을 향해 쏴라'(1969/감독 조지 로이 힐), 폴 뉴먼 X 로버트 레드포드
사실 버디무비의 역사를 살펴보면, 1969년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 감독 조지 로이 힐)에서부터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포스터를 유심히 살펴보면, 배우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달려 나가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그려져 있다. 프리즈 프레임(하나의 프레임을 여러 번 인화해 화면을 정지 상태처럼 보이도록 하는 효과)으로 끝난 ‘내일을 향해 쏴라’의 명장면은 미국의 1890년을 배경으로 갱단을 이끄는 은행 강도들을 배경으로 한다. 그들은 총을 맞아 죽을 것을 알면서도 달려드는 무모함을 통해 애달픈 청춘의 초상을 그려내기도 했다. 이 작품은 버디무비의 고전으로 뽑힌다.
재밌는 사실 중에 하나로 미국의 선댄스 영화제(The Sundance Film Festival)는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로버트 레드포드가 맡았던 ‘선댄스 키드(Sundance Kid)’에서 비롯된 영화제다. 할리우드의 상업주의 대신에 소규모 미국 독립영화제를 조명하고자 1978년부터 개최한 일화도 이 영화와 함께 알아두면 좋을 듯싶다.
'레인 맨'(1998/감독 배리 레빈슨), 더스틴 호프먼 X 톰 크루즈
톰 크루즈와 더스틴 호프만의 눈물겨운 형제애를 다룬 ‘레인 맨’(1988 /감독 배리 레빈슨)도 대표적인 버디무비로 꼽힌다. ‘버디’라는 명칭에서 친구에만 한정 지어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형제간의 우정에도 이에 해당한다. 앞서 이야기했듯 어떤 방식으로 분류하느냐에 따라 버디무비와 브로맨스는 한 끗 차이기도 하다. 영화 ‘레인 맨’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형 레이먼드(더스틴 호프먼)와 동생 찰리(톰 크루즈)가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과정을 그린다. 형에게 남겨진 유산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동행하지만 서로의 속도를 이해하면서 진정한 형제가 되어가는 상황을 섬세하게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델마와 루이스'(1991/감독 리들리 스콧), 수잔 서랜든 X 지나 데이비스
버디 무비는 남성에만 한정 지어 표현되는 분류법이 아니다. 소수이긴 하지만 여성 버디무비도 존재하는데, 영화 ‘델마와 루이스’(1991/감독 리들리 스콧)는 배우 수잔 서랜든과 지나 데이비스 주연으로 여성 간의 우정을 다룬다. 남성 버디무비에서 시작되어 그것에 익숙할 뿐이지 ‘델마와 루이스’는 당시 새로운 접근법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자동차에 탄 두 여성이 절벽을 뛰어넘는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하며, 남성 주위의 시각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여성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더욱이 가정주부 델마(지나 데이비스)와 웨이스트리스로 일하는 루이스(수잔 서랜든)이 각자의 아픔을 공감하고 역할에서 벗어나 ‘나’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은 뭇 여성들에게 많은 용기를 주기도 했다. 휴게소에서 자신들을 강간하려는 남자를 살해하고 황량하지만, 쭉 뻗은 사막을 달려 도주하는 이들의 여정은 새로운 여성 버디무비의 지표를 만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한국형 버디무비는 어떨까. 무수한 형태의 버디무비가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의 버디무비는 우리의 향수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영화 속 캐릭터는 시대를 반영하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투캅스'(1993/감독 강우석), 안성기 X 박중훈
형사들의 이야기를 코미디로 풀어낸 영화 ‘투캅스’(1993/감독 강우석)는 1998년 ‘투캅스 3’까지 이어질 정도로 인기 있는 버디무비였다. 1994년 제15회 청룡영화제 한국 영화 최다관객상과 제32회 대종상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주연배우 안성기, 박중훈이 공동 수상할 만큼 두 사람의 케미는 크게 인정받았다. 영화는 2인 1조로 다니는 조형사(안성기)와 강형사(박중훈)의 이야기로 서로 다른 성격이 웃음 포인트가 된다. 사건을 입맛대로 능청스럽게 해결하는 조형사와 원리원칙대로 처리하는 강형사는 당연하게도 부딪칠 수밖에 없는데, 사건의 내막을 알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미모 여인의 등장으로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사건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특히 당시 경찰을 코미디 소재로 사용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던 상황에서 감독 강우석이 그리는 경찰의 모습은 새롭고 낯선 것이었다. 안성기와 박중훈 콤비는 이후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감독 이명세)와 ‘라디오 스타'(2006/감독 이준익)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넘버3'(1997/감독 송능한), 한석규 X 최민식
‘투캅스’에 안성기와 박중훈 콤비가 있다면, 1990년대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배우 한석규와 최민식의 호흡을 다룬 ‘넘버3’(1997/감독 송능한)도 빼놓을 수 없다. 반듯한 이미지의 한석규가 폭력 조직 도강파의 깡패 태주를 연기했고, 거친 이미지의 최민식은 원리원칙을 지키는 검사 마동팔로 등장하는 변칙을 적용하기도 했다. ‘넘버3'는 조직 안에서 서열을 다투는 이들의 거칠고 본능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각자의 욕망에 의해서 거침없이 행동하는 조직원 중 태주는 넘버3가 되지만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피를 흘리게 된다. 내부의 치열한 다툼은 부메랑처럼 날아와 자신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돼버리고야 만다. 하지만 넘버 1이 되고자 하는 열망에 의해서 서로 뒤엉켜 배신하는 과정과 한석규와 최민식의 케미는 인상적이다. 깡패와 검사의 낯선 만남은 시간이 지속돼 만남이 이어질수록 서로를 이해하는 하나의 과정처럼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포장마차와 놀이터 등의 일상적인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는 신들은 익숙한 공간을 압도하는 연기의 두 배우의 힘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태양은 없다'(1999/감독 김성수), 정우성 X 이정재
청담 부부의 시작을 알리는 영화 ‘태양은 없다’(1999/감독 김성수)는 내용은 몰라도 OST Love Potion No·9로 익숙한 작품일 것이다. 20년 넘는 케미를 자랑하는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의 리즈 시절과 앞을 알 수 없는 상황 앞에서 포효하는 청춘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하는 일마다 풀리지 않는 청춘들의 우정은 돈과 성공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고야 만다. 정우성이 오토바이 위에서 손을 벌려 질주하는 영화 ‘비트’의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기도 하다. 극 중에서 정우성은 권투선수였지만 불의의 사건으로 인해 권투를 그만두게 된다. 이후 권투장 관장의 소개로 간 흥신소에서 같은 또래인 이정재를 만나며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이정재는 이전에도 ‘젊은 남자’(1994/감독 배창호)를 통해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청춘의 모습을 연기한 바 있다. 성공과 돈을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던 모습은 ‘태양은 없다’의 ‘마지막은 폼나게 가는 거야’라는 카피 문구처럼 세상을 향해 소리치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투덕거리면서도 서로에게 의지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지금의 청담 부부의 앳된 모습으로 끈끈한 우정을 보여준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감독 박찬욱), 이병헌 X 송강호 X 신하균
세계적인 거장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는 남과 북의 이념을 뛰어넘는 일종의 버디무비다. 판문점의 공동경비구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남한군 이수혁 병장(이병헌)과 북한군 오경필 중사(송강호)와 정우진 전사(신하균)의 이념을 뛰어넘는 우정과 관한 영화다. 훈련 도중, 홀로 소변을 누던 이수혁은 지뢰를 밟고 북한군 오경필과 정우진에게 발견된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이수혁의 도움 요청에 그들은 요구를 들어주고, 몰래 서로의 초소를 드나드는 친구 사이로 발전한다. 무언가 거창한 일을 하지도 않지만 만나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은 코믹함 그 자체다. 하지만 마치 판타지 같은 그들의 우정이 남들의 눈에는 이해되지 않는 상황의 연속. 결국 발각된 현장에서 어쩔 수 없이 총구를 겨눠야만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공동경비구역 JSA’에서는 이념을 뛰어넘은 우정으로 인해 서로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 이후에 진실을 마주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병헌과 송강호, 신하균의 연기는 영화의 후반부에 도달해 자연스레 눈물이 맺히도록 하는 과정에 이르게 한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복수 3부작’(2002),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과는 다른 매력을 지닌 작품이기도 하다.
2000년대 이후에도 협력을 위해 의기투합하는 버디무비가 개봉했다. ‘의형제’(2010/감독 장훈)에서 송강호와 강동원,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감독 윤종빈)의 최민식과 하정우, ’검사외전’(2016/감독 이일형)에서의 황정민과 강동원과 여성 버디무비 ‘걸캅스’(2019/감독 정다원)의 라미란과 이성경이 나오기도 했다. 버디 무비는 영화 속의 관계 설정도 중요하지만, 주연배우의 연기 합 역시 중요 요소다. 매력적인 캐릭터는 배우들의 연기로 더욱 풍부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는 8월 2일 개봉하는 ‘비공식작전’의 경우는 어떨까.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바 있던 하정우와 주지훈의 만남으로 개봉 전부터 관심을 끄는 가운데, 버디무비를 떠올리면 연상되는 대표적인 영화가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바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버디 무비 시초 '내일을 향해 쏴라'
한국형 버디무비 계보는?
하정우와 주지훈 케미 먹힐까
[텐아시아=이하늘 기자]≪이하늘의 롱테이크≫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겸 영화평론가)가 한 호흡으로 화면을 길게 보여주는 롱테이크 촬영 기법처럼, 영화 속 장면이나 영화 이야기를 심층 분석합니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겸 영화평론가)가 한 호흡으로 화면을 길게 보여주는 롱테이크 촬영 기법처럼, 영화 속 장면이나 영화 이야기를 심층 분석합니다.
일명 ‘버디(buddy)무비’는 말 그대로 친구와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를 말한다. 두 사람이 영화 속에서 고난과 갈등을 함께 이겨내면서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버디무비는 사실 브로맨스와 비슷한 듯 다르다. 브로맨스(Bromance)는 Brother와 Romance를 합쳐서 만든 신조어로 남성 사이의 뜨거운 우정과 유대를 표현하는 단어인데, 우정의 깊이에 따라 장르의 분류가 나뉜다. 그 때문에 버디무비와 브로맨스를 구분하는 방법은 모호하기도 하다.
오는 8월 2일 개봉하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은 하정우와 주지훈의 버디무비로 낯설고 이국적인 풍경에서의 케미를 다룬다. 영화는 1987년을 배경으로 중동과 담당 외교관 민준(하정우)가 레바논에서 실종된 외교관의 암호 메시지를 듣고 비공식적으로 동료를 구출하라는 임무에 자원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레바논에 도착한 민준은 우연히 한국인 택시 기사 판수(주지훈)를 만나고 함께 협업한다.
'내일을 향해 쏴라'(1969/감독 조지 로이 힐), 폴 뉴먼 X 로버트 레드포드
사실 버디무비의 역사를 살펴보면, 1969년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 감독 조지 로이 힐)에서부터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포스터를 유심히 살펴보면, 배우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달려 나가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그려져 있다. 프리즈 프레임(하나의 프레임을 여러 번 인화해 화면을 정지 상태처럼 보이도록 하는 효과)으로 끝난 ‘내일을 향해 쏴라’의 명장면은 미국의 1890년을 배경으로 갱단을 이끄는 은행 강도들을 배경으로 한다. 그들은 총을 맞아 죽을 것을 알면서도 달려드는 무모함을 통해 애달픈 청춘의 초상을 그려내기도 했다. 이 작품은 버디무비의 고전으로 뽑힌다.
재밌는 사실 중에 하나로 미국의 선댄스 영화제(The Sundance Film Festival)는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로버트 레드포드가 맡았던 ‘선댄스 키드(Sundance Kid)’에서 비롯된 영화제다. 할리우드의 상업주의 대신에 소규모 미국 독립영화제를 조명하고자 1978년부터 개최한 일화도 이 영화와 함께 알아두면 좋을 듯싶다.
'레인 맨'(1998/감독 배리 레빈슨), 더스틴 호프먼 X 톰 크루즈
톰 크루즈와 더스틴 호프만의 눈물겨운 형제애를 다룬 ‘레인 맨’(1988 /감독 배리 레빈슨)도 대표적인 버디무비로 꼽힌다. ‘버디’라는 명칭에서 친구에만 한정 지어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형제간의 우정에도 이에 해당한다. 앞서 이야기했듯 어떤 방식으로 분류하느냐에 따라 버디무비와 브로맨스는 한 끗 차이기도 하다. 영화 ‘레인 맨’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형 레이먼드(더스틴 호프먼)와 동생 찰리(톰 크루즈)가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과정을 그린다. 형에게 남겨진 유산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동행하지만 서로의 속도를 이해하면서 진정한 형제가 되어가는 상황을 섬세하게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델마와 루이스'(1991/감독 리들리 스콧), 수잔 서랜든 X 지나 데이비스
버디 무비는 남성에만 한정 지어 표현되는 분류법이 아니다. 소수이긴 하지만 여성 버디무비도 존재하는데, 영화 ‘델마와 루이스’(1991/감독 리들리 스콧)는 배우 수잔 서랜든과 지나 데이비스 주연으로 여성 간의 우정을 다룬다. 남성 버디무비에서 시작되어 그것에 익숙할 뿐이지 ‘델마와 루이스’는 당시 새로운 접근법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자동차에 탄 두 여성이 절벽을 뛰어넘는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하며, 남성 주위의 시각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여성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더욱이 가정주부 델마(지나 데이비스)와 웨이스트리스로 일하는 루이스(수잔 서랜든)이 각자의 아픔을 공감하고 역할에서 벗어나 ‘나’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은 뭇 여성들에게 많은 용기를 주기도 했다. 휴게소에서 자신들을 강간하려는 남자를 살해하고 황량하지만, 쭉 뻗은 사막을 달려 도주하는 이들의 여정은 새로운 여성 버디무비의 지표를 만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한국형 버디무비는 어떨까. 무수한 형태의 버디무비가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의 버디무비는 우리의 향수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영화 속 캐릭터는 시대를 반영하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투캅스'(1993/감독 강우석), 안성기 X 박중훈
형사들의 이야기를 코미디로 풀어낸 영화 ‘투캅스’(1993/감독 강우석)는 1998년 ‘투캅스 3’까지 이어질 정도로 인기 있는 버디무비였다. 1994년 제15회 청룡영화제 한국 영화 최다관객상과 제32회 대종상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주연배우 안성기, 박중훈이 공동 수상할 만큼 두 사람의 케미는 크게 인정받았다. 영화는 2인 1조로 다니는 조형사(안성기)와 강형사(박중훈)의 이야기로 서로 다른 성격이 웃음 포인트가 된다. 사건을 입맛대로 능청스럽게 해결하는 조형사와 원리원칙대로 처리하는 강형사는 당연하게도 부딪칠 수밖에 없는데, 사건의 내막을 알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미모 여인의 등장으로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사건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특히 당시 경찰을 코미디 소재로 사용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던 상황에서 감독 강우석이 그리는 경찰의 모습은 새롭고 낯선 것이었다. 안성기와 박중훈 콤비는 이후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감독 이명세)와 ‘라디오 스타'(2006/감독 이준익)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넘버3'(1997/감독 송능한), 한석규 X 최민식
‘투캅스’에 안성기와 박중훈 콤비가 있다면, 1990년대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배우 한석규와 최민식의 호흡을 다룬 ‘넘버3’(1997/감독 송능한)도 빼놓을 수 없다. 반듯한 이미지의 한석규가 폭력 조직 도강파의 깡패 태주를 연기했고, 거친 이미지의 최민식은 원리원칙을 지키는 검사 마동팔로 등장하는 변칙을 적용하기도 했다. ‘넘버3'는 조직 안에서 서열을 다투는 이들의 거칠고 본능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각자의 욕망에 의해서 거침없이 행동하는 조직원 중 태주는 넘버3가 되지만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피를 흘리게 된다. 내부의 치열한 다툼은 부메랑처럼 날아와 자신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돼버리고야 만다. 하지만 넘버 1이 되고자 하는 열망에 의해서 서로 뒤엉켜 배신하는 과정과 한석규와 최민식의 케미는 인상적이다. 깡패와 검사의 낯선 만남은 시간이 지속돼 만남이 이어질수록 서로를 이해하는 하나의 과정처럼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포장마차와 놀이터 등의 일상적인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는 신들은 익숙한 공간을 압도하는 연기의 두 배우의 힘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태양은 없다'(1999/감독 김성수), 정우성 X 이정재
청담 부부의 시작을 알리는 영화 ‘태양은 없다’(1999/감독 김성수)는 내용은 몰라도 OST Love Potion No·9로 익숙한 작품일 것이다. 20년 넘는 케미를 자랑하는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의 리즈 시절과 앞을 알 수 없는 상황 앞에서 포효하는 청춘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하는 일마다 풀리지 않는 청춘들의 우정은 돈과 성공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고야 만다. 정우성이 오토바이 위에서 손을 벌려 질주하는 영화 ‘비트’의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기도 하다. 극 중에서 정우성은 권투선수였지만 불의의 사건으로 인해 권투를 그만두게 된다. 이후 권투장 관장의 소개로 간 흥신소에서 같은 또래인 이정재를 만나며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이정재는 이전에도 ‘젊은 남자’(1994/감독 배창호)를 통해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청춘의 모습을 연기한 바 있다. 성공과 돈을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던 모습은 ‘태양은 없다’의 ‘마지막은 폼나게 가는 거야’라는 카피 문구처럼 세상을 향해 소리치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투덕거리면서도 서로에게 의지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지금의 청담 부부의 앳된 모습으로 끈끈한 우정을 보여준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감독 박찬욱), 이병헌 X 송강호 X 신하균
세계적인 거장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는 남과 북의 이념을 뛰어넘는 일종의 버디무비다. 판문점의 공동경비구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남한군 이수혁 병장(이병헌)과 북한군 오경필 중사(송강호)와 정우진 전사(신하균)의 이념을 뛰어넘는 우정과 관한 영화다. 훈련 도중, 홀로 소변을 누던 이수혁은 지뢰를 밟고 북한군 오경필과 정우진에게 발견된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이수혁의 도움 요청에 그들은 요구를 들어주고, 몰래 서로의 초소를 드나드는 친구 사이로 발전한다. 무언가 거창한 일을 하지도 않지만 만나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은 코믹함 그 자체다. 하지만 마치 판타지 같은 그들의 우정이 남들의 눈에는 이해되지 않는 상황의 연속. 결국 발각된 현장에서 어쩔 수 없이 총구를 겨눠야만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공동경비구역 JSA’에서는 이념을 뛰어넘은 우정으로 인해 서로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 이후에 진실을 마주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병헌과 송강호, 신하균의 연기는 영화의 후반부에 도달해 자연스레 눈물이 맺히도록 하는 과정에 이르게 한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복수 3부작’(2002),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과는 다른 매력을 지닌 작품이기도 하다.
2000년대 이후에도 협력을 위해 의기투합하는 버디무비가 개봉했다. ‘의형제’(2010/감독 장훈)에서 송강호와 강동원,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감독 윤종빈)의 최민식과 하정우, ’검사외전’(2016/감독 이일형)에서의 황정민과 강동원과 여성 버디무비 ‘걸캅스’(2019/감독 정다원)의 라미란과 이성경이 나오기도 했다. 버디 무비는 영화 속의 관계 설정도 중요하지만, 주연배우의 연기 합 역시 중요 요소다. 매력적인 캐릭터는 배우들의 연기로 더욱 풍부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는 8월 2일 개봉하는 ‘비공식작전’의 경우는 어떨까.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바 있던 하정우와 주지훈의 만남으로 개봉 전부터 관심을 끄는 가운데, 버디무비를 떠올리면 연상되는 대표적인 영화가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바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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