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출산, 미등록 아동을 위한 최선일까···‘보호출산제’ 두고 국회서 뜨거운 논쟁
‘의료기관 밖 출생’을 막기 위한 위한 보호출산제가 되레 아동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아동의 생명권을 위해 위기 임신·출산 지원과 보호출산제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영주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회 빈곤아동정책자문위원회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유령아동(출생 미등록 아동) 방지와 보호정책 마련을 위한 전문가 긴급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긴급간담회는 최근 감사원의 감사로 드러난 출생 미등록 아동에 대한 보호·지원 방안을 모색할 목적으로 마련됐다.
국회는 미등록 영아 살해·유기를 막기 위해 지난달 30일 출생통보제를 골자로 하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출생통보제는 부모 외 의료기관에도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정부는 출생신고제 시행에 따른 ‘풍선효과’로 병원 밖 출산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의료기관에서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게 하는 ‘보호출산제’를 병행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보호출산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호출산제는 아동의 기본권을 1/2로 제한한다”며 “국가가 UN권리협약을 어기는 일을 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UN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이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해 양육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아동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도 부모와의 분리는 일시적이고 단기적이어야 한다. 송 교수는 국가가 출생신고를 하고 입양을 결정하는 권한을 이양받는 보호출산제가 아동의 알 권리를 제한하고,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에겐 사실상 ‘방임출산제’라고 지적했다.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도 “미혼모와 여성들의 원가정 중심 아동 양육 체계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한국의 현실에서 보호출산제를 도입하는 건 (불필요한) 선도입”이라고 말했다.
보호출산제 도입을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보호출산제에 대한 논의 대신 위기 임산부 출산·양육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송 교수는 “실제 모든 원치 않는 임신은 ‘일정한 상황과 조건’이 개선되거나 변화하면 출산으로 이어질 확률도 있다”며 ‘사회적 패어런팅(parenting·부모)’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적 어려움과 주거 불안정을 해결해줄 뿐만 아니라 출산과 양육에 관한 결정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하는 출산숙려제와 입양숙려제 기간을 두고, 1대1 상담 등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프로젝트팀 ‘사회적부모’의 이다정 간호사는 전국의 위기 임신·출산 지원센터의 지원을 늘리고, ‘양육비 대지급’ 법을 제정해 생부의 책임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06251546011
위기 임신·출산 지원과 함께 보호출산제 도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호출산제의 궁극적인 목적은 음지의 산모들을 양지로 끌어들여 상담과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누구나 손쉽게 익명출산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걸 보호출산제라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 교수는 UN아동권리위원회 역시 각국에 익명 출산을 유도하는 ‘베이비박스’를 폐지할 것을 촉구하면서도 차선책으로 독일식의 신뢰출산 제도를 도입해 아동의 생명권과 부모를 알 권리를 조화롭게 실현하는 것은 허용한다고 설명했다.
독일은 아동이 만 16세가 되면 생모의 성명과 출생연월일, 주소에 관한 정보를 청구할 수 있고, 생모는 별도의 재판을 통해서만 정보공개를 거절할 수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보호출산제 법안은 친생부모의 동의가 있는 때에만 인적사항을 제공한다. 현 교수는 “이는 현행 입양특례법 또한 입양인들에게 친생부모의 동의가 있는 때에만 입양정보공개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과 맞닿아 있다”며 “입양특례법부터 고쳐 아동의 알 권리를 실현하는 보호출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김지연 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장은 “출생통보제가 도입되면 의료기관 밖 출산이 늘어나고 이 과정에서 아동과 산모의 건강이 모두 침해될 소지가 명확하므로 조속하게 보호출산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며 “2020년 6월부터 입양 제도가 국가 책임으로 전환돼 부모에 대한 상담을 지자체가 하는 등 아동 지원 체계가 많이 개선됐다. 과거의 정책 환경을 갖고 지금도 보호출산제를 반대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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