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스텔란티스, 미국에 두번째 공장 짓는다···2027년 가동
삼성SDI가 글로벌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 미국에 두번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현지 배터리 공장이 막대한 세제 혜택을 받을 길이 열리면서 국내 배터리 3사 중 북미 투자에 가장 보수적이던 삼성SDI도 적극 증설에 나선 모습이다.
삼성SDI와 스텔란티스는 지난해 미국 인디애나주에 설립한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의 2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스텔란티스그룹은 푸조·지프·피아트·시트로엥·램 등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4위 완성차 회사다.
해당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34GWh(기가와트시) 규모다. 전기차 약 30여만대에 탑재할 수 있는 배터리 분량으로, 2027년 가동이 목표다. 부지 위치는 검토 중이다.
삼성SDI와 스텔란티스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현재 짓고 있는 인디애나주 1공장도 당초 연간 생산량 목표였던 23GWh를 33GWh로 늘리기로 했다. 여기에 2공장까지 더하면 삼성SDI가 미국 내에서 스텔란티스에 공급 가능한 배터리 용량은 총 67GWh에 달한다.
삼성SDI는 지금도 스텔란티스의 ‘지프 랭글러 4xe’ 등 북미 지역에 판매되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미국에서는 아직 순수 전기차(BEV)를 판매하고 있지 않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전기 밴과 픽업트럭 등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최소 25개의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삼성SDI와의 합작 1·2공장에서는 PHEV와 순수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가 모두 생산될 예정이다.
삼성SDI는 LG에너지솔루션·SK온 등 경쟁사들보다 북미 진출이 뒤늦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지난해 스텔란티스와 1공장을 짓기로 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제너럴모터스(GM)와도 2026년 양산을 목표로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하는 등 근래 부쩍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 나가고 있다.
이번 스텔란티스와의 2공장은 삼성SDI가 미국에 확보한 세번째 생산시설이 되는 셈이다. 미국 IRA의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같은 유인책에 적극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AMPC는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면 1kWh(킬로와트시)당 35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5월 “IRA는 미국에서 매우 유리한 투자 조건을 만들었다”며 “생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용 대형 공장 1~2곳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북미 전기차 시장에 확고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2공장을 통해 미국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스텔란티스가 미국의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앞당길 수 있게 최고의 안전성과 품질을 갖춘 제품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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