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처방에도 부진 中경제, 다음 카드는…'직접 보조금' 거론
공산당 중앙정치국 7월 회의서 구체적 부양 방안 승인 기대감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 경제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시장 반응은 미지근하다.
최근 한 달 새 여러 분야의 처방을 선보였지만, 효과가 신통치 않아서다.
다만 예전 경제 위기 때마다 제시됐던 대규모 인프라 사업 투자 대신 민간 부문 부양에 주력한다는 점은 눈에 띈다.
중국 당국은 최근 가정용품과 자동차 관련 소비 지출을 늘리려고 하는 한편 민간 기업 지원을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지원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 때문인지 시장에는 여전히 냉기가 흐른다.
위기 실감한 中, 잇따른 지원책 발표…효과는 '글쎄'
중국 지도부는 올해 들어 경제 위기를 반신반의하다가 최근에야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모습이다.
앞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5%를 기록하면서, 작년 성장률(3.0%)을 넘어 반등하자 올 초부터 '위드 코로나'가 본격화하면서 성장률이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여타 경제 지표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방향을 가리켜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러다가 2분기를 지나면서 경기 부진이 뚜렷해지자 중국 당국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 2월 1.0%를 기록한 뒤 3∼5월 1% 미만을 보이다 6월에 0%로 하락했다.
작년 10월 마이너스로 돌아선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지난 6월에 2015년 12월(-5.9%)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 디플레이션 조짐이 뚜렷해졌다.
6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2.4% 줄어 2020년 2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나타냈다.
게다가 중국의 2분기 GDP 성장률도 6.3%로 1분기(4.5%)보다 상승했으나, 시장 전망치(7.1%)에 못 미치면서 중국 당국은 위기를 실감한 듯하다.
성장 엔진 냉각이 본격화해 올해 목표치 '5.0% 안팎 달성'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청의 2분기 GDP 성장률 발표 하루 뒤인 지난 18일 중국 정부 부처들은 민간 부문 부양에 초점을 맞춘 대책을 서둘러 내놓았다.
거시경제 주무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의 진셴둥 정책연구실 주임은 기자회견을 통해 "소비 회복·확대 정책을 수립할 것"이라며 "자동차·전자제품 소비 촉진, 농촌 소비 확대, 소비 환경 개선 등 분야의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수 회복을 이끌 국민 소득 증대 방안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방향에 맞춰 발개위를 포함해 상무부·공업정보화부 등 13개 부처는 같은 날 '가계 소비 진작을 위한 통지'를 발표했다. 각 지방정부가 주민의 가구·전자제품 구매와 주택 구입을 지원하는 장려토록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中, 이미 빅테크 '복권'·전기차 추가 지원책 등 발표…효과 낼까
24일 외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의 대응 방식은 2분기 성장률 발표 이전과 이후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6월 이전에는 주로 유동성 확보를 통한 경기 부양 의지를 보였다면, 그 이후로는 민간 부문 부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지난달 13일 인민은행은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방식으로 20억 위안(약 3천550억원)의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적용 금리는 종전 2.00%에서 1.90%로 0.1%포인트 낮췄다.
이어 지난달 20일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10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내렸다. LPR 1년 만기는 연 3.55%, 5년 만기는 연 4.20%로 각각 0.1%포인트씩 인하했다.
중국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더뎌지자 유동성 공급 확대 카드를 쓴 것이다.
그러던 중국 당국은 이달 들어서는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제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인민은행법, 자금세탁방지법, 은행업감독관리법 등을 적용해 알리바바 계열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과 자회사들을 조사해온 인민은행 등이 지난 7일 조사를 종결했다.
시장 질서를 왜곡한다는 이유로 수년간 통제·제재해온 빅테크의 손발을 풀어준 것이다.
이런 정책 변화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와 최대 인터넷기업 텐센트(텅쉰), 배달 대기업인 메이퇀 등 빅테크가 민간 소비를 주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이하 판공실)은 이달 중순 자국 내에서 인공지능(AI) 서비스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생성형 AI산업 관리 임시 규정'을 발표했다. 이는 중국 빅테크가 미국과의 AI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하려는 조치로 이해됐다.
이어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은 지난 19일 "공정 경쟁의 제도적 틀과 정책 실시 메커니즘을 완비해 소유제별 기업(국유·민간·외자기업)을 동일하게 보고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내용의 '민간 경제 발전·성장 촉진에 관한 의견'을 발표했다. 이는 중국 당국이 민간기업을 차별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적 의미로 이해됐다.
이어 발개위는 지난 21일 전기차 충전 비용 인하 등을 포함해 신에너지차(수소·하이브리드·전기차) 구매를 늘리기 위한 10단계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당국은 기존의 30만 위안(약 5천270만원) 미만 가격 신에너지차 구매 시 구매세(차값의 10%) 면제 조치에 더해 충전 비용 인하와 구매세 적용 연장 등의 추가적인 지원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中, 디플레 막을 수 있을까…소비자 직접 보조금 지급 방안도 검토
중국 당국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소비자 지갑을 열 수 있을까에 집중되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 성장이 지속되는 시기에는 '애국'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도 소비자가 호응했으나, 최근 디플레이션 상황에선 그렇지 않다.
실제 중국인의 소비 둔화 추세는 뚜렷하다.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래를 대비하려는 중국인들이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런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제한된 수준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과 적자 재정 확대, 금리 인하, 지급준비율 인하, 세제 혜택 제공, 보조금 지급 등의 부양 카드를 쓸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선 지방 정부의 부채 위기를 고려해 대규모 자금 투입 등의 부양책을 지양하되, 도시별로 주택 매입 제한을 풀고 기존 대출 상환 연장과 대출 확대로 주택 매수 증가를 유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중국 당국이 가계에 직접 보조금을 줘 소비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인민대의 마오전화 경제연구소장은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중국 당국이 각 가정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장쥔 푸단대 교수도 중국 당국이 인프라 투자에 돈을 쏟아부을 게 아니라 내수 부양을 위해 가계 소득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통상 매월 개최되는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 관심이 쏠린다.
이달 중 회의가 열린다면 여러 가지의 디플레 대책이 승인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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