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 민족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노래와 춤 축제’

2023. 7. 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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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수단이다. 노래를 부르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와 감정의 표출을 도와줄 수 있으며, 개인의 자유로운 표현을 가능하게 한다.

북유럽의 발트 3국, 즉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에서는 국가차원에서 개최되는 대규모의 ‘노래잔치’가 열릴 정도로 이곳 사람들은 노래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그런데 이들은 독창보다는 합창을 더 즐긴다. 합창은 여러 목소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풍부하고 아름다운 음악적 효과를 만들어내며 깊은 감동과 강렬한 울림을 전달할 수 있다. 또 합창은 다수의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고 연결되는 공동체 활동이다. 노래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도와주며, 함께 연습하고 공연을 준비하는데 이는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데에 크게 도움을 준다.

유럽지도: 발트3국 –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이미지=구글 맵)

그러면 발트 3국 중에서 라트비아(Latvia)의 경우를 한번 보자. 라트비아는 국토가 남한의 65% 정도밖에 되지 않고 인구는 200만 명도 되지 않는 작은 나라이다. 이 나라에서 쓰는 언어인 라트비아어는 리투아니아어와 함께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언어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 지역에 여러 발트족이 살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3000년경이지만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3세기 초에 라트비아 사람들의 땅으로 진출해 온 독일 사람들이 리가를 세운 다음부터이다. 리가는 1282년에는 한자(Hansa)동맹에 속한 도시가 돼 발트해에서 가장 중요한 무역항으로 발전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리가. (사진=Makalu)

그후 라트비아 사람들은 1582년에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국, 1629년에는 스웨덴 제국에 이어, 1721년부터 러시아 제국의 지배를 받았고 1917년에는 독일제국의 점령 하에 있다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8년에 ‘라트비아 공화국’이라는 독립국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라트비아의 독립은 오래가지 못하고 1940년에는 소련에, 1941년에는 나치독일에 점령되었다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4년에는 소련에 완전히 합병되고 말았다. 그후 소련이 해체되면서 1990년에 전격적으로 다시 독립을 쟁취했다.

라트비아는 이러한 굴곡진 역사를 겪었지만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다음 수도 리가는 아름다운 도시 경관과 역사적 유산의 옛 모습을 복원해 잘 보존하고 있는 아주 매력적인 도시로 자리매김했고 1997년에 리가의 역사지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라트비아 전통춤 공연. (사진=Latvian National Centre for Culture Archive)

리가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또 하나 더 있다. 다름 아닌 2008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노래와 춤 축제’(The Song and Dance Festival)이다. 이 축제는 일반적으로 5년마다 개최되며, 일련의 행사는 여름에 일주일에서 열흘 동안 진행되는데, 주로 6월 말부터 7월 초순까지 열린다.

이 기간은 라트비아의 날씨가 비교적 따뜻하고 밤이 짧고 낮이 길기 때문에 야외 행사를 개최하고 즐기기에 가장 적합하다. 또한, 여름철에는 학생들과 일반인들이 휴가를 즐기는 시기로서 축제 참여와 관람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진다. 이 축제 기간 중에는 리가의 광장, 공원, 운동장 등에서 다양한 행사와 공연을 볼 수 있다.

운동장에서 열리는 대규모 전통춤 축제. (사진=Latvian National Centre for Culture Archive)
메자파르크스 야외공연장. (사진=Latvian National Centre for Culture Archive)

이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곳은 리가 시가지 북동쪽 외곽에 세워진 야외공연장이다. 이 현대식 대형 공연장은 푸르른 숲이 우거진 방대한 공원 메자파르크스(Mezaparks) 안에 위치한다. 이 공연장은 수많은 관객들이 참여하고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아주 넓은 공간을 제공할 뿐 아니라 건축적으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이 공연장은 숲과 푸른 잔디밭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 공연 도중에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으며 축제 분위기를 한껏 즐길 수 있다.

대규모 합창공연 광경. (사진=Latvian National Centre for Culture Archive)

라트비아는 예로부터 음악과 춤의 전통이 강하다. 러시아제국의 지배를 받던 시기인 19세기 말, 라트비아에서 민족운동이 강화되면서 라트비아 사람들은 고유의 문화와 언어를 지키려고 했다. 이러한 운동의 일환으로 1873년에  제1회 ‘노래 축제(The Song Festival)’가 개최되었고 5년 후인 1878년에는 ‘춤 축제(The Dance Festival)’이 추가되어 현재의 ‘노래와 춤 축제’로 발전했다.

라트비아 사람들은 소련의 지배 아래 탄압을 받으면서도 이 축제를 이어나갔다. 즉 이를 통해 민족의 정체성과 문화적 자긍심을 지킬 수 있었으며 라트비아 사람들을 하나로 뭉칠 수 있었던 것이다.

메자파르크스 야외공연장의 대규모 합창단, 2023년. (사진=Latvian National Centre for Culture Archive)

‘노래와 춤 축제’에서는 주로 라트비아인들의 문화적 유산을 대표하는 다양한 장르와 양식이 포함된 전통 음악과 합창곡 및 전통 춤이 공연되는데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전국에서 모인 중창 및 합창 참가자는 약 2만 5000명, 전통춤 공연 참가자는 약 1만 5000명이나 된다. 합창공연만 보면 인구 200만도 되지 않은 나라가 세계 최대 규모의 합창을 선보이는 것이다.

올해 150주년을 맞은 제27회 ‘노래와 춤 축제’는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9일까지 성대하게 열렸다. 그들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고통 받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우크라이나 국가를 부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즉 라트비아 사람들이 자유민주주의 세계와 연대하고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천명했던 것이다.

◆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


건축 분야 외에도 음악·미술·언어·역사 등 여러 분야에 박식하고, 유럽과 국내를 오가며 강연과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동유럽 문화도시 기행>, <이탈리아 도시기행>, <건축으로 만나는 1000년 로마>,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외에도 여러 저서를 펴냈으며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훈장을 받았다. culturebo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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