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합의했다가 심판대 오른 의협 집행부…13만 의사들 '균열'
의사 13만 명의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내홍을 겪고 있다. '복지부와 의대 정원 확대안 합의'와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 법제화' 등을 계기로 이필수 의협회장을 비롯한 집행부를 탄핵하려는 의협 내부 움직임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의협은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대의원회의 임시총회를 열고, 이필수 회장과 이정근·이상운 부회장 등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안에 대해 투표를 실시했다. 의협 대의원회는 이 협회 최고의 의결 기구다.
투표 결과, 총회에 참석한 대의원 189명 가운데 138명이 반대표를 던져 이 회장 탄핵안은 부결됐다. 48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3명은 기권했다. 또 이정근 상근부회장 불신임 안건(반대 117표), 이상운 부회장 불신임 안건(반대 124표)도 부결됐다. 의협이 불신임안을 가결하려면 재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날 회의에는 대의원 242명 중 189명이 참석해 의사 정족수를 채웠다.
이날 임시총회 개최를 주도한 김영일 대의원(대전시의사회장)은 이 회장 등 집행부 불신임 사유로 ▲의대 정원 확대 독단적 합의 ▲수술실 내 CCTV 설치 일방적 수용 ▲의료인 면허 취소법 국회 통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일부 동의 ▲기형적인 비대면 진료 ▲한의사 초음파 사용 대법원 판결 패소 등 11가지를 꼽았다.
이번 갈등의 가장 큰 불씨는 '의협 집행부가 대의원회 입장 수용 없이 정부와 의대 정원 확대안에 대해 섣불리 합의한 것'이란 게 일부 대의원 측의 주장이다. 앞서 지난달 8일, 복지부와 의협은 '제10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의사 인력 재배치와 확충 방안을 논의했다. 협의체는 이 자리에서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 강화를 위한 의사 인력 재배치와 확충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또 이날 복지부와 의협은 2025년도 입시에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증원 규모는 추후 논의를 통해 다시 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영일 대의원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의원회의 일관된 입장은 반대"라고 주장했다. 그는 "의대 정원 확대 문제는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정부와 의료계가 합의해 정하기로 했는데, 의정협의체가 협상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했다"면서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 게 아니라고는 하는데, 복지부 장관은 의대 증원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2025년도 대입에 반영한다고 했다. 명백한 집행부의 실책"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번 내홍의 또 다른 불씨는 '수술실 내부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다. 정부가 지난달 30일 내놓은 보건복지부 소관 '2023년 하반기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에 따르면 오는 9월 25일부터 전신마취 등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은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고, 환자·보호자가 요청하면 수술 장면을 촬영해야 한다. 수술실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행위를 예방하고, 의료분쟁이 생겼을 때를 대비해 추진된 제도다. 이 개정조항은 2021년 8월 31일 국회 제390회 제1차 본회의에서 가결돼 같은 해 9월 24일 공포됐고,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왔다.
이에 의협 집행부는 지난 21일 입장문을 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 법제화 시행과 관련해, 지난 20일 열린 제110차 상임이사회에서 해당 의료법 개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를 통해 의료진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필수의료의 붕괴를 막기 위한 시급한 조처를 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히며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박성민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정부와 정치권은 의료계 생태계의 근간을 흔들고, 의사를 적대시하는 불합리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의협도 정부에게 이런 문제점을 지속해서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이럴수록 내부적으로 더욱 결속해 정부의 요구에 대해 유연하면서도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 집행부가 좀 더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탄핵을 면한 이필수 의협회장은 "코로나 시기 국가적 재난 극복을 위해 힘을 보탰고 간호법 저지 등을 위해 노력했지만, 논의 과정과 진행 경과를 충분히 공유하지 못해 반성한다"면서 "남은 임기 동안 더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의협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 법제화에 대한 헌법소원 진행을 위해 청구인을 모집하고 있으며, 청구인을 모집하는 대로 헌법소원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선우은숙, 저녁 식사비 1만원 제한?…유영재 "5000원 올려줬다" - 머니투데이
- 이병헌, 옥수동 빌딩 '240억'에 매입…월 임대료만 8500만원 - 머니투데이
- '돌싱글즈4' 소라 "고급 외제차 사주던 전남편, 별거 전 매일 폭행" - 머니투데이
- "신지랑 결혼하면 안 돼?" 김지선 제안에…김종민 "가족" 선 긋기 - 머니투데이
- "두렵고 속상했다"…추자현, ♥우효광 불륜설 이야기 도중 눈물 - 머니투데이
- 로또 1등 당첨자 안타까운 근황…"아내·처형 때문에 16억 아파트 날려" - 머니투데이
- '숙명의 한일전' 3-6 패배…프리미어12 조별리그 탈락 위기 - 머니투데이
- '故송재림과 열애설' 김소은 "가슴이 너무 아프다"…추모글 보니 - 머니투데이
- 전성기 때 사라진 여가수…"강남 업소 사장과 결혼, 도박으로 재산 날려" - 머니투데이
- 소금을 마약인 척, "돈만 갖고 튀어"…경찰 기절까지 시켰다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