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게 “결혼은 방학 때 하라”는 학부모…현장에서는 ‘학부모 공동 책임’ 필요성 목소리
경기교사노조, 현장 교사들에게 ‘학부모 민원’ 사례받아…1000여건 사례 이어져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후 재차 불거진 ‘교권 침해’ 논란의 가장 큰 원인이 가정에서의 인성교육 부족 아니겠냐는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보이는 ‘부모가 아이를 가르치고 학교에 보내야 하는데, 학교가 가르치길 바라고 간섭만 하니 교권이 무너진다’ 등 누리꾼들 지적과도 비슷한 궤로 비친다.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둔 듯 교권 보호를 위해 학부모의 ‘공동 책임’을 부각하는 쪽으로의 제도 개정 검토 필요성이 제기된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2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학생들의 책임도 강화하면서 학부모님들도 그 학생에 대해 함께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정신이(제도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 교육감의 발언은 2010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처음 제정된 후 17개 시·도 교육청 중 서울을 비롯한 6개 교육청에서 제정·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침해로 연결된다는 지적과 교사의 지도권 강화 필요성 등을 함께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성별·종교·가족 형태·성별 정체성·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폭력과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권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조례는 학생을 한 명의 인격체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과한 해석으로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반대편에서 제기됐다.
임 교육감은 “사회 분위기를 타면서 학생들의 권리가 더 중요하게 되는 학생인권조례가 나왔다”며 “교사들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학생인권조례를 넘어설 수 없는 것 아니냐, 이런 좋지 않은 메시지가 현장에 있었던 게 사실인 것 같다”고 짚었다.
조례에 더해 아동학대 처벌법 등으로 교사들의 정당한 현장 교육활동이 경우에 따라 ‘아동학대’로 변질되거나 시비가 붙는 일들이 현장에서 있었다면서다.
앞서 임 교육감은 지난 21일 경기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인권조례를 모든 학생의 학습권 및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방향으로 전면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학생 및 보호자는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육활동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포함할 방침이다.
특히 학생 훈육 방식에 ‘학부모 교육’을 포함해 학부모의 교육적 책무도 강화할 예정이다.
제도적 장치보다는 교육적 해결이 우선되어야 하고, 인성교육을 이를 위한 발판으로 삼아 그 과정에서 학부모가 학생의 행동을 함께 책임지는 방식으로 전개되어야 한다는 임 교육감의 생각으로 풀이된다.
임 교육감은 ‘학부모들 민원 중 정당한 것도 있을 수 있는데 과도한 민원도 있지 않겠나, 이를 구조적으로 줄여줄 방안도 있나’라는 진행자의 질문도 받았다.
이에 수업활동 등에 영향을 주는 학생은 학부모까지 특별하게 따로 교육을 받고, 당사자가 ‘다른 학생에게 피해주면 안 된다’는 확고한 인식을 가질 때 교육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학부모들의 공동 책임을 내건 임 교육감의 기조는 서이초 교사 사망 후, 온라인 등에서 이어지는 일선 교사들의 ‘학부모 민원’ 증언과도 연결되는 것으로 비친다.
경기교사노동조합은 지난 21~23일 공식 홈페이지에서 총 1228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받은 교권 침해 사례 일부를 공개했다.
‘교육을 죽이는 악성민원, 교사에게 족쇄를 채우는 아동학대 무고, 이제 이야기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홈페이지를 개설한 노조는 지난 21일 조합원 총 2만2000여명에게 안내 문자 메시지를 보냈었다.
이 홈페이지에는 ‘결혼 계획 있으면 방학 때 하세요’, ‘코로나19로 원격수업해도 월급 나오니 좋으시겠어요’, ‘선생님 전화 안 받으시네요, 제가 교장실로 갈까요’ 등의 말을 학부모에게 들었다는 교사들의 주장이 이어진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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