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1년8개월만에 호텔·HQ 겸임 대표 체제 분리한 까닭은

이신혜 기자 2023. 7. 24. 15:5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호텔 부문 김태홍 신임 대표 선임
호텔HQ 대표는 공석으로 두며 분리
호텔 내부서는 “HQ 대표 연말 인사 때쯤 선임될 듯”
호텔롯데 총차입금 9兆 중 절반이 단기...재정관리·호텔 新사업 챙기기 부담
그래픽=손민균

호텔롯데가 기존 HQ(헤드쿼터)·호텔 부문 겸임 대표 체제에서 1년8개월 만에 단독 대표 체제로 분리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 2021년 11월말부터 쇼핑·식품·화학·호텔군으로 나누어 네 곳을 HQ 대표가 맡는 식으로 조직을 이끌어 왔다.

쇼핑HQ 수장은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부회장), 화학HQ 수장은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부회장)가 맡고 있다. 식품HQ 수장은 이영구 롯데웰푸드 대표(사장), 호텔HQ는 이완신 롯데호텔 대표(사장)가 맡아 왔다. 1인 총괄대표 주도의 HQ 체제를 통해 계열사 간 시너지를 도모하고 빠른 실행력을 통해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지난 12일 이완신 호텔롯데 대표가 갑작스레 사임하면서 호텔군의 HQ부문 대표 자리가 공석이 됐다. 기존 호텔HQ는 호텔뿐만 아니라 면세점, 월드, 리조트 등 사업을 총괄했다.

지난 20일 호텔롯데는 호텔사업부(이하 롯데호텔) 신임 대표에 김태홍 롯데호텔 리조트∙CL본부장을 선임했다. 이완신 사장이 사임한 후 8일 만에 인사다. 결국 호텔롯데는 HQ와 분리된 김태홍 신임 대표 체제로 가는 길을 택한 것이다.

롯데호텔 서울 외경. /롯데호텔 제공

전문가들은 이러한 배경을 두고 세가지를 꼽는다.

먼저 중간지주 성격인 호텔롯데의 HQ 수장이 롯데그룹 계열사의 재정적인 부분을 관리하면서 롯데호텔의 단기적인 계획 및 성과까지 챙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기존 이완신 겸임 대표 체제에서는 재정 건전성 ‘빨간불’이 켜진 롯데그룹 계열사에 자금 수혈을 하고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을 이어가는 등 그룹의 중대 결정을 함께해야 했다.

앞서 호텔롯데는 지난해 10월 롯데건설 유동성 지원을 위해 861억원에 해당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한 데 이어, 지난 1월 롯데건설에 1500억원을 대여하는 등 롯데그룹 계열사에 대해 자금조달도 함께 맡은 상태였다.

호텔롯데는 지난 1월 공모로 3000억원, 2월 사모로 1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지난달 9일 1630억원의 공모사채를 발행한다고 공시하며, 총 3차례 회사채 발행을 통해 5000억원 넘는 금액의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 1분기 기준 호텔롯데의 총차입금(9조1351억원) 대비 단기성 차입금(4조3686억원) 비중은 절반 가까이에 달한다. 호텔롯데의 재무적인 판단을 하는 직책의 부담이 큰 상황에서 호텔 부문 대표를 겸임시키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 IPO(기업공개)가 중단된 상황에서 HQ 수장을 빨리 뽑을 필요성이 적어진 것도 이유다. 롯데그룹의 중간지주 격인 호텔롯데는 한때 상장을 목표로 IPO를 준비하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는 앞서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롯데지주의 핵심 과제인 호텔롯데 상장과 관련해서는 “호텔롯데 면세 사업이 코로나 사태로 시련을 겪으며 아직 활성화되지 못했다”고 평가하며 “IPO 준비가 덜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호텔롯데의 IPO를 추진하고 중장기적인 계획을 짜야 할 HQ 대표를 신중히 선임하려는 움직임이 그룹 내에서도 포착됐다. 한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서는 HQ 대표가 연말 인사쯤에서야 나오지 않을까 추측 중”이라고 말했다.

호텔롯데가 장년층 대상 '시니어 레지던스'로 선보이는 브이엘(VL) 오시리아 조감도. /호텔롯데

아울러 하반기 호텔에 산적한 임무를 수행할 ‘호텔통’ 대표가 필요한 것도 배경이다.

롯데호텔은 하반기 베트남에 ‘L7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여는 것과 함께, 올해부터 사업다각화를 위해 시니어 레지던스 ‘VL(브이엘)’ 등 우선순위에 두고 사업을 진행중이다.

호텔롯데는 올해 1분기 기준 35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다. 그런데 이 가운데서도 흑자를 낸 면세·월드 부문과 달리 호텔 부문은 유일하게 적자(173억원)를 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태홍 롯데호텔 신임 대표는 호텔 부문의 수익성을 빠르게 안정화하고, 하반기 호텔군 최대 프로젝트인 하노이 호텔 오픈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호텔HQ와 호텔 부문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맞다”며 “이 전 대표처럼 HQ와 호텔 대표를 겸직할 경우 유보상태가 되면 진공 상태가 되는 위험이 있고, 대행할 사람도 없어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 분리하는 방향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