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장 종적 사라진지 한달째 …당국 ‘모르쇠’로 의혹 키워

이종섭 기자 2023. 7. 2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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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외교부장 활동 소개 화면 캡처.

중국 외교를 책임지는 친강(秦剛)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지 한 달째로 접어들면서 그의 거취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친 부장을 둘러싼 각종 소문에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의혹을 키우는 모습이다.

24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를 보면 친 부장의 외교 활동 동정이 마지막으로 공개된 것은 지난달 25일이다. 친 부장은 이후 어떤 외교 활동이나 공개적인 행사에도 일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25일이면 그가 공개석상에서 사라진지 딱 한 달이 된다. 그 사이 중국 외교부가 친 부장의 부재 상황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단 한 번 뿐이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에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참석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친 부장이 ‘신체(건강) 원인’으로 회의에 참석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당시 일각에서는 친 부장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그의 부재 상황이 길어지면서 코로나19 감염설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중국 외교부 설명대로 건강상의 이유라면 그가 장기간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종적을 감추기 직전까지도 건겅하게 활동했던 모습 등을 놓고볼 때 중병설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런 상황 때문에 친 부장의 거취를 두고 갖가지 의혹과 추측이 꼬리를 물고 있다.

친 부장의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가장 크게 부각된 것이 불륜·혼외자설이다. 그가 중화권 매체의 한 아나운서와의 불륜으로 혼외자를 낳은 것이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치 시스템상 임명된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외교부장이 단순히 혼외자 문제로 일순간에 직위를 위협받는다는 것은 잘 설명이 되지는 않는다. 그 때문인지 불륜 상대로 지목된 여성 아나운서가 지난 4월 먼저 종적을 감췄는데 그가 간첩 사건에 연루돼 조사를 받게되면서 친 부장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는 설이 더해졌다.

친 부장 자신이 모종의 사건에 연루돼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추측성 소문도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공군대학 산하 연구소가 중국 로켓군의 자세한 정보가 담긴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미국 유학 중인 중국 로켓군 사령관의 아들이 이 사건에 관여했고 당시 주미 대사로 있던 친 부장도 사건에 연루돼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중국 외교부 내 권력 암투설이 등장하면서 친 부장의 자리를 대행하고 있는 마자오쉬(馬朝旭) 부부장이 후임으로 유력하다는 설까지 나돌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진실을 알 수 없는 상태다.

문제는 친 부장의 부재 상황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중국 외교당국의 태도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들은 정례브리핑에서 친 부장에 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이미 상황을 설명했다”거나 “제공할 정보가 없다”며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심지어 불륜설에 대해서도 소문을 적극적으로 반박하지 않고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고만 밝혀 의혹을 더욱 키우는 형국이 됐다. 중국 외교부는 매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는 정례브리핑 질의응답 내용에서도 친 부장 관련 질문과 답변 내용은 모두 여지없이 삭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고위 관리들에 대한 중국의 비밀주의가 친 부장에 대한 추측과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중국 당국은 친 부장의 행방에 입을 다문 채 커지는 의혹에도 그의 부재를 불분명한 건강상 이유로 돌리고 있다”면서 “외교 관측통들은 그의 ‘실종’을 둘러싼 비밀이 중국 정치 체제와 불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의심을 키우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 보름 넘게 사라진 중국 외교부장…‘건강상 이유’ 두고 추측 난무
     https://www.khan.co.kr/world/china/article/202307121436001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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