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사건, 정유정과 판박이... “또래 향한 개인적 분노, 과잉 살상 범죄로”
“신림동 칼부림, 정유정 사건 때랑 똑같네요. 이것도 또래를 겨냥한 묻지마식 범죄인가요?” 30대 남성 조모 씨가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서 흉기를 휘둘러 남성 3명을 다치게 하고 1명을 숨지게 한 사건을 두고 네티즌들이 입을 모아 한 질문이다. 형사 전문가는 두 사건을 두고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으로 인한 또래를 향한 개인적인 열등감, 분노, 시기, 질투가 만들어낸 범죄”라며 “미리 흉기를 준비해 과잉 살상하고, 범행 후 태연하다는 점까지 비슷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승재현 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4가지 정도 측면을 고민해봤을 때 (신림동 사건은) 정유정 사건과 똑같다. 소스라치게 데칼코마니 같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승 박사는 두 사건에 대해 ▷범인들이 잡힐 작정을 하고 잡힐 수 있는 환경에서 범죄를 행한 점 ▷특정 연령층이나 성별을 범행 대상으로 고른 점 ▷범행 도구 등을 준비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살인의 고의를 놓치지 않는 점 ▷경찰에 순순히 잡히거나 취재진의 질문에 또박또박 답하는 등 너무나도 태연한 점 등을 꼽았다.
승 박사는 신림동 사건 용의자 조모 씨에 대해 “보통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완전 범죄를 꿈꾸지, 잡히는 걸 각오하고 범죄를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범인은 처음부터 작정하고 내가 잡힐 수 있는 환경에서 범죄를 저질렀다”며 “둘째로 특정 연령층의 남성만 공격했다. 범죄가 저지당할 수 있음에도 남성을 공격하고 마지막 순간에도 살인의 고의를 놓치지 않는 모습들이 범행 현장에서 보였다”고 했다. 이어 “20, 30대 남성에 대한 상상할 수 없는 개인적인 분노가 분명히 있었다. 개인적인 분노가 어느 순간에 트리거가 돼서 세상 밖으로 나왔다”고 분석했다.
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한 분노가 범행 이유는 아닌 것으로 봤다. 그는 “구조적인 분노에 대한 문제였으면 다른 (범행을) 했을 것”이라며 “(사회 구조적인 문제였다면) 남대문처럼 사회적으로 유명한 유적을 불태운다든지, 사회적으로 굉장히 사랑받는 사람이나 사회적으로 약자인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에 대해 공격하지, 특정 연령대의 남성에 대해 공격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승 박사는 이 사건의 특징과 체포 당시와 이후 범인의 행동에 대해 “(피해자에게) 100여번 이상 자상을 입히고 피해자의 신체 일부가 손상이 되는 등 과잉 살상 (행위를 했다). 또 목적 지향적으로 (미리) 준비를 해서 공격했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피해자에게) 의도적으로 공격했다”며 “온몸에 피가 (묻어) 있음에도 경찰이 왔을 때 자리에 딱 앉아있다가 순순히 잡히는 모습이 어떻게 보면 구치소나 교정 시설에 가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아 보였다. 취재진들에게 이야기할 때는 너무나 또박또박하게 말했다”고 했다.
특히 승 박사는 조 씨가 경찰 조사에서 ‘마약을 했다’ 등을 언급한 것에 대해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다’라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펜타닐 얘기 역시 ‘내가 마약을 했으니까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핑계일 수 있고, 국민 (여론)을 조종하는 것”이라며 “어떻게 형량을 줄일 수 있고, 어떻게 동정심을 유발할 수 있는지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심신미약 상태라는 걸 이야기하고, 내가 사회적으로 억울한 사람이고, 내 범죄는 사회가 함께 책임질 수 있는 범죄라고 말하는 순간 그 누구도 사형을 선고할 수 없다”며 “소년부 기록·송치 기록 14건, 전과기록이 3건인데, 대한민국의 교정 시설은 (조 씨를) 열심히 교정하려 했겠지만, (그는) 그 안에서 자기가 어떻게 하면 형을 낮출 수 있는지 이미 다 배워왔지 않을까”라고 했다.
조 씨가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그는 “송치 기록이 14건, 전과가 3건이면 반사회적 성향은 이미 드러난 부분이고 정유정과 마찬가지로 목적 지향적인 삶이 없이 기생하는 모습이 보이면 생활 측면에서는 사이코패스의 영역에 들어간다”며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과정에서) 0.0001%의 피해자에 대한 감정이 없어 (보인다). 자상이 10군데 이상이 있었고 신체 주요 부위를 마지막 공격을 했다”고 분석했다.
승 박사는 이런 유형의 범죄를 예방하는 방법으로 “시기, 질투, 미움, 분노가 범행으로 이어지는 단계에서 시기와 질투를 없앨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적인 보장 제도를 만들어서 분노가 없어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며 “우리가 말하는 ‘묻지마 범죄’는 없다. 국가가 그 동기를 찾지 못했을 뿐이다. (이런 범죄의) 공통성을 찾아내 사회적으로 지원하고, 이런 범죄를 미리 예방하는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국가가 이런 영역에 있는 젊은 청년들에 대해서 조금 더 적극적인 관리하고 정보를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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