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교단]③ 문제학생 지도, 교사에게만 맡기지 말자…美 ‘딘’ 제도 도입 목소리
문제 일으킨 학생, 디텐션 받으면 별도 교실서 과제
“딘·스쿨폴리스, 학폭·생활지도 전담…교사와 역할 분담”
‘스승의 은혜’는 옛말이 된지 오래다. 요즘 공교육 현장에 선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폭행당하거나 성희롱을 당해도 제지할 방법이 없다. 학과 수업은 사교육에 넘겨주고, 아이들이 잘못해도 바로잡을 수조차 없는 학교 교사들은 자신들이 “허수아비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고, 대책은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2년차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그 이유로 일부 학부모들이 과도하게 민원을 제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교육계에서는 문제 학생과 학부모 관리를 담임 교사에게만 맡겨 놓는 현재의 제도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 학생을 전담해서 관리하는 교원을 두고, 물리적인 체벌을 하지 않더라도 학생에게 일종의 처벌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담 인력(딘) 배치해 생활교육 집중하고, 교사·학생 관계 회복돼야”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교사노조는 숨진 초등학교 교사의 학급 학생이 연필로 뒷자리에 앉은 학생의 이마를 긋는 사건이 있었는데, 가해자 또는 피해자의 학부모가 고인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수십회 걸었다는 동료 A 교사의 증언을 공개했다. A 교사는 “고인이 ‘내가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고, 교무실에도 알려준 적이 없는데 내 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했는지 모르겠다’며 ‘소름 끼친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고인의 또 다른 동료인 B 교사는 “고인이 학급에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어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상황에선 이 같이 교실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이 있어도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문제아 학교’로 불렸으나 ‘학교폭력 제로(0) 학교’로 불리는 대구 산격중학교의 임민식 교사는 미국의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2013년부터 산격중에서 근무하고 있는 임 교사는 2017년부터 학교 부적응 학생을 대상으로 극단 ‘반창고’를 만들고, 학폭 예방 문화를 확산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산격중 학교폭력책임교사(옛 학생주임)인 임 교사는 지난해 12월 열린 ‘청소년 사이버폭력예방 푸른코끼리포럼’에서 한국 학교의 학폭 대처 역량에 대해 “대개 1~2명이 학폭 업무를 전담하고 있으며, 관련 법령에 대한 전문성이 낮은 상황에서 사안 조사, 처리, 민원 해결 등의 업무를 처리한다’며 “그러다 보니 학폭 예방 활동보다는 사후 사안 처리에 급급한 실정”이라고 했다.
임 교사는 “미국에서는 체벌 금지와 병행해 학교에 ‘디텐션 룸(detention room·정학실)’과 ‘딘(dean)’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다”며 “딘은 스쿨폴리스(학교 전담 경찰관)와 함께 학폭과 생활 지도에 집중하고, 전문성·사명감을 바탕으로 학생의 문제 행동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딘과 같은 전담 인력이 배치돼 학교 폭력 예방과 생활 교육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하고, 교사와 학생은 조사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아닌 조력자와 지지자의 관계로 회복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딘’은 문제아를 지도할 수 있는 특수 교육을 받은 교사다. 문제를 일으킨 학생은 일단 딘에게 보내져 ‘디텐션 룸’에서 지도를 받는다. 딘은 유기 정학을 줄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처벌을 받은 학생은 매일 디텐션 룸으로 등교해 일정한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또한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미국 학교는 학생이 문제 행동을 일으킨 경우 학부모를 소환할 수 있다. 이때 학부모는 ‘당장’ 학교에 와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학교는 학부모를 ‘방임’ 혐의로 고발할 수 있다. 학생이 문제 행동을 계속하면 교장은 낙제시킬 수 있다. 학교에 상주하는 경찰은 학생 간 또는 학생·교사 간 폭력 사건이 벌어지면 즉시 제압하고 사건을 처리한다. 교사는 학생으로부터 육체적 위협을 받으면 전근 요구를 할 수 있다.
◇딘에게 디텐션 받은 학생, 수업 못 듣고 별도 교실에서 과제
미국은 명문고등학교도 이 같은 문제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제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뉴욕주 최고 공립고등학교 중 하나인 브롱스과학고는 학생에게 배포하는 교칙·규정을 담은 핸드북에서 “브롱스과학고에는 훈육을 담당하는 몇 명의 딘이 안전한 환경을 조성한다”며 “학생의 문제는 일단 교사가 처리하고, 그 다음에는 딘이 처리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학교는 ‘벌점(Demerits, 옛 디텐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교칙을 위반하는 학생에게는 벌점이 부여되고, 이 학생들은 별도의 전용 교실에서 방과 후인 오후 3시45분부터 5시까지 과제를 하며 벌점을 없애야 한다. 학생이 이 시간 중 떠들면 퇴실조치 되며, 해당 날짜의 디텐션은 무효가 된다.
딘에게 디텐션을 받은 경우 정상적으로 수업을 들을 수 없다. 디텐션을 받은 다음날 첫 교시부터 주어진 디텐션을 모두 충족할 때까지 별도의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대신 과제를 해야 한다. 브롱스과학고는 “이 무관용 정책(ZERO TOLERANCE POLICY)은 모든 학생에게 적용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수업 중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수업시간 중 울리는 휴대전화 알림이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육권을 침해하지만, ‘인권’ 차원에서 교내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브롱스과학고는 학생에게 배포한 핸드북에 “학생들은 스스로 책임을 지고 학교에 휴대전화·전자기기를 가져오는 것임을 명심하라”고 적시했다. 이 학교는 교칙으로 모든 교실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비상 사태가 발생해 학생이 전화를 해야 할 경우 교감실에 있는 전화를 사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학부모가 비상 사태가 발생해 급하게 학생과 전화를 해야 할 경우 ‘학부모 코디네이터’나 자녀의 ‘가이던스 카운슬러’에게 연락하면 된다.
이밖에 학생들은 걸어 다니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에는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 교내에서 음악을 들을 때 이어폰을 한 쪽 귀에만 꽂을 수 있고, 개인 스피커로 음악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오게 할 수 없다. 학생 휴대전화가 압수된 경우 딘의 사무실에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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