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함께 늙어 가고 싶다”…우크라 전쟁 중 전사한 러군 일기장 공개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boyondal@mk.co.kr) 2023. 7. 2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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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에 끌려간 러시아 군인의 일기장이 공개됐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지난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동원령으로 최전선에 투입됐다가 전사한 러시아 군인의 유품에서 나온 일기장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전사한 러시아군의 일기에는 “나는 그 누구도 죽이고 싶지 않다. 우리도 그들을 죽이지 않고 그들도 우리를 죽이지 않길 바란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보도했다.

일기를 작성한 주인공은 모스크바에 살던 건설 노동자 비탈리 탁타쇼프(31)라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2018년 결혼해 두 살 배기 아들을 둔 탁타쇼프는 불과 1년6개월 전까지만 해도 직장에 다니며 휴가 때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그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러시아 정부는 이후 전선이 불리하게 전개되자 같은해 9월 예비역을 대상으로 부분 동원령을 발령했고 그 때 탁타쇼프는 군에 끌려가 11월 우크라이나 전쟁 중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인 자포리자주 토크마크 전선에 투입됐다.

탁타쇼프는 이때부터 올해 1월 초까지 공책에 가족에게 보낼 편지를 쓰며 전쟁터에서의 삶을 일기 형식으로 33쪽에 걸쳐 기록했다.

징집 첫날로 보이는 11월29일에 그는 일기에 “밤에도 총소리가 들린다”며 “드론이 날아다니고 대포가 작동하는 걸 목격했다”고 적었다. 또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다고 했다.

30일에는 자기가 곧 전투에 투입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두렵다. 눈물을 흘리면서 이 글을 쓴다”고 썼다.

그는 이어 “나는 아무도 죽이고 싶지 않다. 모든 종교가 ‘살인하지 말라’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우리도 살인하지 않고 그들(우크라이나군)도 우리를 죽이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자포리자 지역으로 끌려가게 된 12월4일 일기에서 그는 아내를 향해 “정말 사랑한다. 당신과 함께 늙어가고 싶다”라고 가족을 그리워했다.

하지만 전쟁 장기화로 새해 휴가마저 취소된 그는 지난 1월 5일자를 마지막으로 일기 쓰기를 멈췄다고 더타임스는 말했다.

그가 기록을 중단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이후에도 계속 최전선에서 싸웠던 그는 이달 첫째 주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자포리자 지역 남동부 평원으로 진격한 우크라이나군이 이곳에 그대로 방치된 다수의 전사자를 목격했는데 이중 탁타쇼프의 시신도 있었다. 우크라이나군은 그의 시신을 땅에 묻어준 뒤 이 일기장을 선데이타임스에 넘겼다.

선데이타임스는 “우리가 찾은 건 푸틴의 전쟁으로 미래가 파괴된 한 가정의 모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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