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CJ올리브영에 칼 뺐다...유통업 경쟁 온·오프 경계 허물어졌다

쿠팡, 공정위에 올리브영 '갑질' 신고
쿠팡 "납품업체 강요…쿠팡과의 거래 막아"
"대규모유통업법 제 13조 위반 소지"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쿠팡이 국내 헬스앤뷰티(H&B) 1위 업체 CJ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쿠팡의 뷰티 시장 진출을 막기 위해 올리브영이 영세 중소 뷰티업체들의 쿠팡 납품을 막는 ‘갑질’을 수년간 이어갔다는 게 요지다. 고물가 시대 소비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유통업계간 경쟁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를 넘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 배송차. (사진=쿠팡)

24일 쿠팡에 따르면 쿠팡은 공정위에 CJ올리브영이 힘 없는 중소 납품업자를 대상으로 쿠팡 납품과 거래를 막는 ‘갑질’을 수년간 지속해왔다“며 신고서를 제출했다. 수많은 납품업체들이 CJ올리브영의 압박에 못 이겨 쿠팡과 거래를 포기했고, 쿠팡은 납품업자로부터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받지 못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됐다는 주장이다.

쿠팡은 CJ올리브영이 대규모유통업법 제13조를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CJ올리브영은 ‘경쟁사업자에 상품을 공급하지 않도록 납품업체를 강요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지만 동일한 위반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쿠팡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쿠팡이 화장품 판매 등을 본격적으로 개시한 2019년부터 쿠팡을 경쟁상대로 여기고 뷰티 시장 진출 및 성장을 지속적으로 방해해왔다. 납품업자가 쿠팡에 납품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거나 쿠팡에 납품할 경우 거래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 납품업자에게 배타적인 거래를 강요하거나 다른 사업자와 거래를 방해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이번 신고와 관련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 성립여부를 따져볼 것으로 예상된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매출 2조7775조원을 기록하는 등 업계 최대 기업으로 온라인 매출 비중은 2018년 8%에서 2022년 25%까지 성장했다. CJ올리브영에서 취급하고 있는 상품의 80%는 국내 중소 납품업체로부터 수급하고 있는 만큼 거래상대방인 납품업자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또 배타적 거래를 하도록 하거나 다른 사업자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하였는지 여부도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 측에 따르면 2019년부터 최근까지 CJ올리브영의 배타적 거래 강요행위로 인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취급하는 납품업체와 거래가 번번이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수많은 납품업체들이 CJ올리브영의 압박에 못 이겨 쿠팡과 거래를 포기했다는 게 쿠팡 측 설명이다.

아울러 부당성 성립 여부도 공정위 판단 대상이다.

쿠팡은 CJ올리브영의 배타적 거래 강요행위는 납품업체들의 거래상대방 선택의 자율권을 박탈하고 경쟁사업자인 쿠팡의 뷰티 시장으로의 진출 및 성장을 방해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CJ올리브영이 뷰티 시장에서 온라인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한 과정과 CJ올리브영이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를 직접적으로 비교한 ‘오늘드림’ 서비스를 선보이며 이를 적극 홍보하고 있는 점 등을 살펴보면 CJ올리브영이 쿠팡을 뷰티 시장에 진출한 시점부터 직접적인 경쟁사업자로 인식하고 지속 방해 행위를 해온 사실이 명백하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유통업 경쟁이 심화하면서 업체간 경쟁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를 뛰어 넘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갈등이 앞서 쿠팡과 CJ제일제당(097950) 사이의 햇반 ‘납품 가격’을 둘러싼 갈등의 제2막이 열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온라인 1위 사업자와 오프라인 1위 사업자간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온라인 대 온라인, 오프라인 대 오프라인의 전통 유통업체 간 경쟁 구도가 무너진 형국”이라며 “온오프라인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에 이같은 형태의 분쟁이 지속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백주아 (juabaek@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