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상버스 도입 약속 지켜라"…'버스 시위' 9일 만에 법정 간 전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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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장애인이 자신의 몸과 같은 휠체어를 빼앗긴 채 강제 연행되려는 순간 할 수 있는 것은 깨무는 것밖에 없었다. 그 사실만으로 따지는 경찰이 무섭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대표가 20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로터리 버스중앙차로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사흘 전 같은 장소에서 버스 탑승 시위를 하던 이규식 전장연 공동대표를 경찰관이 검거하려 하자 팔을 깨문 활동가 유진우씨(25)가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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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장애인이라도 중대범죄면 실형 나와"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중증 장애인이 자신의 몸과 같은 휠체어를 빼앗긴 채 강제 연행되려는 순간 할 수 있는 것은 깨무는 것밖에 없었다. 그 사실만으로 따지는 경찰이 무섭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대표가 20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로터리 버스중앙차로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사흘 전 같은 장소에서 버스 탑승 시위를 하던 이규식 전장연 공동대표를 경찰관이 검거하려 하자 팔을 깨문 활동가 유진우씨(25)가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날이었다.
전장연 관계자들은 이날 혜화동에서 버스에 탑승해 서초동 법원으로 달려가 유씨의 출석을 지켜봤다. 버스에 탄 일부 승객도 본의 아니게 이 광경을 목격했다. 시민 A씨는 "직접 겪어보니 어떤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 "도주 우려 없다" 구속영장 기각
전장연은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집회 해산을 약속했는데도 경찰이 굳이 휠체어를 들자 최소한의 저항에 나선 것인데 그런 상황은 무시한 채 깨물었다는 이유만으로 영장을 신청하고 청구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유씨의 구속이 필요하다고 적시한 이유는 주거불안정, 도주 우려, 증거인멸 우려 등 3가지였다. 유씨가 2019년 3월부터 다섯번이나 이사한 것이 그런 우려의 근거로 제시됐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유씨의 변호인인 최현정 변호사는 "장애가 있는 무주택자인 유씨가 임대주택을 받아 20년 동안 거주하기로 했다"며 "2021년부터 3년째 한 직장에 근무하고 있으며 주요 인적 관계 또한 이곳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 도주할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다.
업무방해 혐의는 경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박 대표가 지난해 10월 버스 통행을 막아 1심에서 징역 4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을 때 재판부는 "집회의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수단이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을 고려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김한규 변호사(법무법인 공감)는 "(이번 시위의 경우) 교통량 정체 대비 방해의 정도가 중대해 보이지 않았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 같다"며 "중대 죄질이 인정되고 반복되면 언젠가 실형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도 구속될 수도 있는지에는 "장애인이라도 중범죄를 저질렀으면 구속된다"며 "결국은 죄질의 문제"라고 대답했다.
◇ 서울시 권리중심일자리 중단에 반발…"저상버스 약속 지켜라"
전장연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살려내라"며 지하철 시위를 중단하고 12일 지상으로 올라왔다.
권리중심일자리는 일자리 참여 기회가 적은 최중증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7월 시작됐다.
서울시는 권리중심일자리 참여자 직무활동의 50.4%가 집회·시위·캠페인 등에 집중돼 있다며 1일부터 집회·시위·캠페인 활동을 공공일자리에서 제외했다. 장애인의 권익과 인식 개선을 명분으로 집회·시위에 참여하는 것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본 것이다.
이에 전장연은 "서울시의 갑작스러운 조치는 합리적이고 균형있는 정책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박 대표도 14일 혜화동로터리 중앙중앙차로 정류장 앞에서 서울시 조치에 반발하는 집회를 열고 버스 탑승을 시도하다가 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로 체포됐다가 석방됐다.
당시 박 대표는 "서울시가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지키지 않고 있다"며 "국가 권력뿐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가 방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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