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 맡겼더니 “팁(tip) 내라”…美 선 넘는 팁 문화, 왜? [세모금]

2023. 7. 2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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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봉사료)의 나라' 미국이 팁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치솟는 팁 때문에 당초 서비스나 상품 가격보다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이른바 팁플레이션(팁과 인플레이션을 결합한 신조어)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서비스의 명목상 가격은 인상하지 않으면서 팁 제도로 교묘하게 소비자에게 '급여 부담'을 떠넘기려는 무분별한 팁 문화는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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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자발적으로 팁을 넣는 팁 항아리 안에 달러 지폐들이 들어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팁(봉사료)의 나라’ 미국이 팁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치솟는 팁 때문에 당초 서비스나 상품 가격보다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이른바 팁플레이션(팁과 인플레이션을 결합한 신조어)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당초 식당이나 카페를 이용할 때 손님이 종업원에게 자발적으로 주는 팁 문화가 최근 서비스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가전제품이나 각종 기기의 수리를 맡기거나 꽃집에 들러 식물을 살 때조차 원래 비용의 10~20%의 팁이 포함된 계산서를 받아들고 있는 현실이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직원관리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홈베이스에 의뢰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517개 미 중소기업 중 16%가 고객에게 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6.2%에서 크게 증가한 것이다.

급여 지급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페이첵스 역시 미국에서 팁을 급여의 일부로 지급하고 있는 회사의 비중이 지난 2020년 5.6%에서 올해 5월 기준 6.3%로 늘었다고 밝혔다.

팁 문화는 서비스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급여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스토가 업체 30만개를 분석한 결과 6월 기준 식당을 제외한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팁 수입은 시간당 평균 1.35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 1.04달러보다 30% 증가한 수준이다.

실제 마이애미의 한 가전 수리업체는 지난 2020년부터 고객들이 방문한 수리기사에게 팁을 줄 수 있도록 결제 시스템을 변경했다. 고객의 집을 직접 방문해 수리를 진행하는 업무 특성상 수리기사들이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는 업체 측의 판단에서다. 현재 고객들의 약 3분의 1이 비용의 10~20%에 달하는 팁을 지불하고 있고, 이는 182명에 달하는 수리 기사들의 평균 연봉을 650달러 가량 인상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로이터]

손님들이 직접 계산대로 가서 주문하고, 직접 주문한 것을 가져와야하는 카페나 베이커리에서도 어김없이 팁이 청구되고 있다. 세계 최대 커피체인인 스타벅스도 지난해 결제 화면에서 팁을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을 도입했다. LA에 위치한 한 주스바는 2020년 오픈 때부터 손님들에게 팁을 받고 있는데, 이를 통해 직원들이 시간당 기본 임금인 10달러에 추가로 3~5달러를 더 받고있다고 WSJ에 밝혔다.

전문가들은 팁 문화가 기업들이 직원들에 대한 급여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기 위한 ‘꼼수’의 일환이라고 꼬집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노동시장 과열 현상이 심화했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급여를 감당하기 위해 팁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셰헤라자드 레만 조지워싱턴대 국제금융 교수는 “미국 경제가 그 어느때보다 팁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최근 이러한 팁 문화가 통제불능 상태가 되고 있고, 기업이 직원 급여에 대한 책임을 고객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제품·서비스의 명목상 가격은 인상하지 않으면서 팁 제도로 교묘하게 소비자에게 ‘급여 부담’을 떠넘기려는 무분별한 팁 문화는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나 기본급 인상 없이 팁으로만 높은 급여를 감당하는 것은 지속 불가능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사루 자야라만 UC버클리대학 식품노동센터장은 “고용주들은 자신들이 임금을 올리는 대신 팁을 이용함으로써 현명하게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고객들이 팁을 주는 것을 중단하면 임금은 줄 것이고, 고용주들은 여전히 직원들을 잃을 위험이 높다”고 꼬집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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