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논평] 헌법에 충실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 정종훈 교수
제헌절은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헌법을 제정하고 공포한 것을 기념하는 국경일입니다. 2008년 이래로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는데, 많은 국민이 제헌절의 의미와 헌법 정신을 소홀히 여기고 있지 않나 해서 아쉽습니다.
국가란 헌법과 법률의 근거 위에서 운영되는 국민 공동체입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공동체의 안전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국가가 그 자체를 신성시하거나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을 국민에게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군사독재 정권 시절, 국기에 대한 맹세는 국가를 위해서라면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충성해야 하는 국가의 도구처럼 국민을 취급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와 국민, 국가권력과 국민의 자율성이 긴장 상황에 있게 되면,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국민과 개인의 자율성에 우선권을 두어야 합니다. 이를 명확히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2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제헌절을 지나면서 대한민국의 헌법이 충실히 실행되고 있는지 질문하고 반성해야 합니다.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은 여당만의 대통령일 수 없고, 야당과도 협치하며 국가를 경영해야 하는 권력자입니다.
대통령은 지지자들만 바라보고 정치하는 것이 아니라, 지지하지 않는 국민까지 품어야 하는 국민 전체의 지도자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대통령은 취임한 이래로 야당과의 대화도, 국민과의 소통도 외면한 채, 대통령 놀이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헌법 제66조 3항은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평화적 통일을 위해 북쪽 당국자와 만나 대화하고, 다방면의 교류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며, 평화 정착의 모든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북쪽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인도주의적 지원과 가능한 접촉을 중단하며, 군비증강과 연합군사훈련만 강조하면, 이는 헌법의 규정과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직무 자체를 유기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입법권을 지닌 국회는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들로 운영됩니다. 헌법 제46조에 의하면 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있고,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야 하며, 지위를 남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국회의원은 4년 임기 동안 대부분 자기 재산을 증대시키고 있습니다.
선거 때는 국민의 종이라며 머리를 숙이지만, 당선되면 당장에 주인인 양 돌변합니다. 그들은 국민과 국가보다 오로지 당리당략과 사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법원은 사법권을 지니며, 법관으로 구성됩니다. 헌법 제103조에서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고 하지만, 우리의 법원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처럼 부자와 권력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하고 있지 않나 의심하게 합니다.
법관들은 퇴임 후 '전관예우'를 통해서 굉장한 '부'를 순식간에 축적합니다. 법원은 대통령이나 검찰의 하수인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되며, 국민과 역사 앞에 언제나 당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존엄한 존재로서의 일반 국민에게, 특히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이들에게 우선적인 관심을 주어야 합니다. 사랑과 정의와 평화로 대변되는 하나님의 나라가 우리나라와 각 부처 가운데 지금 임하도록 하는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을 비롯하여 국회의원들과 법관들이 하나님의 선을 이루는 국민의 도구가 되도록 감시, 감독해야 합니다. 그리할 때 헌법을 제정하고 공포한 제헌절의 정신이 비로소 구현될 것입니다.
CBS 논평이었습니다.
[정종훈 교수 / 연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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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오요셉 기자 alethei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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