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탈북 막겠다며 군인들에 ‘두만강 바닥 파라’ 지시…현장에서는 “이 무더위에?”

정재우 2023. 7. 2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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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탈북을 막겠다며 일선 군인들에게 두만강 바닥을 더 깊게 파라고 지시한 사실이 알려졌다.

24일 데일리NK에 따르면, 함경북도 주민 A씨는 같은날 이 매체에 "국가보위성이 이달 초 주민들의 탈북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사람들이 강에 들어설 수 없게 두만강 강바닥을 파내라는 지시문을 국경경비대 여단 지휘부들에 내려보냈다"고 제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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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깊어지면 탈북 의지 꺾을거라는 계산
작업 투입된 군인들은 폭염 속 기계 없이 힘만으로 작업
현장 간부들도 “적당히 하다가 누가 물으면 ‘모래와 자갈 다시 흘러든다’ 핑계 대라” 지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가운데). 조선중앙TV 캡처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탈북을 막겠다며 일선 군인들에게 두만강 바닥을 더 깊게 파라고 지시한 사실이 알려졌다. 강이 깊어지면 탈북하려는 주민들이 그만큼 겁을 먹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24일 데일리NK에 따르면, 함경북도 주민 A씨는 같은날 이 매체에 “국가보위성이 이달 초 주민들의 탈북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사람들이 강에 들어설 수 없게 두만강 강바닥을 파내라는 지시문을 국경경비대 여단 지휘부들에 내려보냈다”고 제보했다.

A씨는 “국가보위성은 강의 중간이나 중국 쪽 가까이의 강바닥을 파지 말고 우리 쪽을 파되, 무조건 사람의 키를 넘게 파라고 지시했다”면서 “주민들이 탈북하지 못하게 하려면 무조건 깊게 파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지시에 따라 국경경비대와 장벽 공사를 담당하는 공병국 군인들이 이달 말까지를 목표로 맡겨진 구간들에서 함께 강바닥 파기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에 의하면, 국가보위성의 이번 지시는 탈북을 결심하고 강을 건너려는 주민들이 깊어진 강의 수위를 보고 겁에 질려 탈북을 단념하게 하기 위해 내려진 것이다.

국가보위성은 ‘국경을 지키는 것이 전쟁보다 어렵다’며 ‘장벽을 만들고 전기까지 넣어 안간힘을 써서 국경을 지키는데도 탈북하려는 반역자들이 있으니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국가보위성은 ‘강바닥을 파내며 생긴 모래와 자갈들은 국경 장벽 공사에 부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등, 강바닥을 파는 작업이 국경 경비에 도움이 된다는 억지 구실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강 바닥을 파내는 이 작업은 별다른 진척 없이 형식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작업에 동원된 군인들은 폭염의 날씨 속에서 기계를 동원하지 않은 채 사람의 힘만으로 강 물살을 이겨내가며 일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군인들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은 자연의 이치니 파낸 바닥에 또 모래나 자갈이 흘러들지 않겠냐’면서 ‘이렇게 이치에 맞지 않는 지시가 세상천지 어디에 있느냐’고 불만을 토로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현장에서 작업을 지시하는 간부들 역시 군인들에게 ‘국가보위성 지시니 형식적으로나마 작업하면서 물장난이나 치며 시간을 보내라’면서 ‘혹여 위에서 내려와 얼마만큼 팠느냐고 물으면 팠는데 모래와 자갈이 고스란히 흘러 들어왔다고 보고하라’라고 말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A씨는 “국가보위성은 강폭이 좁아 훌쩍 넘어갈 수 있는 국경 연선 무인지경(無人之境)들에는 초소를 300m당 하나씩 더 증강 설치할 데 대한 지시도 내렸다”고 전했다.

정재우 온라인 뉴스 기자 wamp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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