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한국처럼? 자녀 집 사주는 부모 늘었다···집값·금리 상승 영향

유희곤 기자 2023. 7. 2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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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프레디 맥 제공.

미국에서도 한국처럼 자녀나 손주 집을 현금으로 대신 사주는 부모나 조부모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때 연 2~4%의 저금리 고정형 대출로 집을 산 사람들이 주택을 내놓지 않으면서 공급은 부족한데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되면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는 연 7%까지 오른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상업용부동산 가격이 금융위기 때보다 가파른 하락세를 기록하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미국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발표한 통계를 보면 지난 16일까지 4주간 미 전국 주택의 중간 가격은 1년 전보다 2.1%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으로 5개월 연속 하락한 후 2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미국 주택 가격이 반등할 조짐을 보이는 것은 시장에 매물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당시 저금리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로서는 7%까지 오른 모기지 대출을 새로 받아 신규 주택을 살 유인이 적다.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낸 보고서에서 “미 모기지 대출은 고정금리 비중이 95% 이상”이라면서 “저금리 대출을 받은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주택 판매를 꺼리면서 기존주택 공급을 크게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기지 금리는 최근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모기지 업체 프레디 맥은 같은 날 30년짜리 대출의 평균 금리가 6.78%를 기록하면서 전주(6.96%)보다 0.18%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년 전의 5.54%과 비교하면 1.2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 중개업체 컴퍼스의 로버트 레프킨 최고경영자(CEO)는 “모기지 금리 7%는 뉴노멀(새로운 일상·기준)이 됐고 사람들도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가 조만간 떨어질 가능성도 작다. 시장에서는 연준은 오는 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5.00~5.25%에서 5.25~5.50%로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글렌 켈먼 레드핀 최고경영자는 “통상 모기지 금리가 오르면 집값이 내려가지만 이번에는 둘 다 오르면서 역대 가장 낮은 구매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NBC는 이런 상황 때문에 부모가 현금으로 성인 자녀의 집을 사주고 돈을 나눠서 갚게 하거나 모기지 금리가 떨어지면 대출을 받아서 갚으라고 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고 전했다.

최근 24살 아들에게 집을 사줬다는 패티 킹은 “임대료는 여전히 너무 비싸고 (비용을 내도) 소유권을 얻을 수 없는 데에 돈을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켈먼 최고경영자는 “은행은 차주한테 이자율 7%를 적용할지 몰라도 부모는 4~6%의 이자를 내라고 하지 않는다”면서 “부모는 원금만 돌려받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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