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받고 주가 관리 안 해?”…극성 주주 입김에 골치 아픈 주담들

오귀환 기자 2023. 7. 2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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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운동' 이후 개인 투자자들의 입김이 커지면서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기업 IR담당자(주담)들이 늘고 있다.

또 다른 코스닥 기업의 IR 담당자는 "주주들이 주담이 말했던 단어 하나하나 따져가며 분석하는 통에 말 한마디 하기가 부담스럽다"며 "결국 뒤탈이 없는 기관들만 모아서 IR하는 방식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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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내용 녹음해 유튜브 올려 공유
질책성 질문에 다짜고짜 욕설 뱉기도
통화 꺼리는 주담…정보 비대칭성 확대 우려

‘동학개미운동’ 이후 개인 투자자들의 입김이 커지면서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기업 IR담당자(주담)들이 늘고 있다. 주가 관리를 하지 않느냐며 질책하거나 다짜고짜 욕설부터 내뱉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이러한 세태가 지속되면 IR 담당자들의 주주 응대가 위축돼 정보 비대칭성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유튜브에 '주담 통화'로 검색한 결과. /유튜브 캡쳐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시가총액 1조원 내외의 한 코스닥 기업에서 IR 담당자로 일하는 A씨는 최근 급증한 주주들의 민원이 이어져 업무에 지장을 겪고 있다. 주주들로부터 “월급 받고 대체 뭘 하느냐. 주가가 왜 이러냐”는 식의 짜증 섞인 질문만 받다가 하루를 보내는 날이 있을 정도라는 게 A씨 설명이다.

A씨는 “9할 이상의 질문이 ‘주가 언제 올라요’와 같이 답을 줄 수 없는 질문”이라며 “욕설 섞인 짜증만 쏟아내다 전화를 끊는 사람도 많고, 회사로 찾아와 따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가 하락에 답답한 주주들 심정은 이해하지만 주가라는 게 관리에 한계가 있다 보니 답답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IR 담당자란 투자자들에게 기업 가치를 알리는 IR(Investor Relations) 활동과 공시 업무 등을 담당하는 이를 말한다. 회사와 투자자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풀어서 설명하고 해석해 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선 주가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있다. 흔히 ‘주담’(주식담당자)으로 불리기도 한다.

과거에도 주주들의 민원은 있었지만, 최근엔 IR 담당자와의 대화를 녹음해 유튜브나 인터넷 카페 등에 게시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IR 담당자들의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A씨는 “통화 내용 중 본인들이 유리한 부분만 편집해 올리거나, 사실관계를 호도했다가 나중에 사실이 밝혀지면 글을 지워버리는 통에 고민이 많다”고 한탄했다.

실제로 유튜브나 네이버 카페 등에 ‘주담 통화’를 검색하면 통화 내용을 녹음해 올려놓은 동영상이나 게시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아예 종목별로 주담과의 통화 녹음 내용을 망라해 올려놓은 유튜브 채널이나 네이버 카페가 등장할 정도다.

문제는 이러한 세태가 지속되면 오히려 개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 사이의 정보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IR 담당자들이 문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최소한의 필수 정보만 제공할 가능성이 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코스닥 기업의 IR 담당자는 “주주들이 주담이 말했던 단어 하나하나 따져가며 분석하는 통에 말 한마디 하기가 부담스럽다”며 “결국 뒤탈이 없는 기관들만 모아서 IR하는 방식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한국IR협의회 관계자는 “주주들의 민원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익명성을 활용할 수 있는 창구가 많아지면서 그 방법이 변모한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엔 IR 담당자들의 번호를 공개했지만, 점차 대표번호만 공개하거나 이메일로만 질문을 받는 등 창구를 일원화하는 추세”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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