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영업 중인 유니레버 “직원들 징집 허용”에 논란

정원식 기자 2023. 7. 2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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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지원 캠페인 그룹 ‘우크라이나 연대 프로젝트’(USP)가 지난 3일 영국 런던 유니레버 본사 앞에 세운 광고판. USP 트위터 캡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러시아에서 철수하지 않은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가 “러시아 직원들이 징집을 받으면 허용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현지시간) BBC 보도에 따르면 유니레버는 지난 11일 우크라이나 지원 시민단체 ‘B4우크라이나’에 보낸 서한에서 “유니레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에 의한 잔혹하고 무분별한 행위라는 점에서 절대적으로 규탄하며 이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호소에도 지속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직원들의 징집과 관련해 “우리는 러시아 내에서 사업을 하는 어떤 기업이든 직원이 징집될 경우 이를 허용하도록 규정한 법을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사업장이 있는 해당 국가의 모든 법을 항상 준수해왔다”고 밝혔다. 직원들에게 징집 명령이 내려질 경우 러시아 법에 따라 이를 허용하겠다는 뜻이다.

이 서한은 지난 2일 B4우크라이나가 유니레버에 보낸 서한에 대한 답변으로 작성된 것이다. 2022년 3월 출범한 B4우크라이나는 서방 기업들을 상대로 러시아 사업을 중단하도록 압박하는 활동을 해왔다.

우크라이나 지원 캠페인 그룹인 ‘우크라이나 연대 프로젝트’(USP)는 트위터를 통해 “(유니레버 직원들은) 하루는 아이스크림을 제조하고 다음날은 우크라이나 전쟁 최전선에 투입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유니레버는 직원들에게 ‘다양한 업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USP 활동가 발레리아 보슈체프스카는 트위터를 통해 “유니레버는 무고한 우크라이나 민간인들도 보호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다수 서방 주요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사업을 철수했으나 유니레버는 영업을 지속해 러시아의 침공을 지원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우크라이나 부패방지국(NACP)은 지난 3일 “이 기업이 세금으로 내는 수천만달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예산으로 사용된다”며 유니레버를 세계 최대 소비재 기업 P&G와 프랑스 슈퍼마켓 체인 르루아메를랑과 함께 ‘국제적인 전쟁 후원자’ 리스트에 올렸다. 유니레버는 러시아 내에서 3000여명이 고용된 공장 4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러시아에 3300만달러(약 423억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앞서 USP는 지난 3일 영국 런던에 있는 유니레버 본사 앞에 부상당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유니레버 제품인 도브 비누 광고 모델처럼 앉아 있는 사진과 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비용을 지원합니다”라고 적힌 광고판을 내걸기도 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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