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 군정, 대통령 권한 강화 개헌안 채택…고이타 대령 독재 길 열렸다
지난달 국민투표…공포 분위기에 찬성률 97%
BBC “민간에 권력 돌려주겠다는 약속 공수표”
아프리카 말리 군정이 대통령과 군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새로운 헌법을 23일(현지시간) 채택했다.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아시미 고이타 대령의 장기 독재 길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BBC 등 외신은 이날 말리 군정이 주요 정책 결정권과 총리·장관 등 각료 임면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번 개헌으로 대통령은 의회 해산권까지 보유하게 됐다. 대통령 지위도 기존 정부 수반에서 국가 원수로 격상했다.
여기에 정부를 지원할 원로원 신설 근거가 마련됐는데, 대부분 군부 인사로 채워질 전망이다. 사실상 대통령과 군이 입법부와 사법부를 모두 장악할 수 있는 권력 구조를 만든 셈이다.
이번 개헌은 2020년 8월 군부가 쿠데타로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 당시 대통령을 축출한 이후 2024년 2월 대통령선거를 통해 민정 이양 과정을 밟겠다는 약속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말리 군정은 지난달 18일 개헌 국민투표를 진행했고, 전체 유권자의 약 38%가 참여했다. 군정은 97%의 높은 찬성률로 개헌안이 가결됐다고 발표했는데, 야권은 말리 전역에서 투표가 치러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발했다.
외신들은 말리 군정이 표면적으론 국민투표 절차를 거쳐 정당성을 확보했지만, 사회민주당 등 야당을 강제 해산시키는 등 찬성 의사를 밝힐 수밖에 없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비판했다. 사회민주당 대표였던 이스마엘 사코는 AFP통신에 “민주주의에 대한 음모이자 도전”이라며 “사법부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정이 개헌안을 최종 채택하면서 쿠데타 핵심 인물이자 군부 지도자인 고이타 대령의 권력 장악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BBC는 “새 헌법을 통해 현재 임시 대통령을 자임하는 고이타 대령이 정부 정책을 마음대로 지시하고, 의회를 해산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며 “내년 대선에서 권력을 민간 지도자에게 되돌려주겠다는 약속은 공수표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말리 군정은 지난 1일 이슬람국가(IS) 등 무장세력 퇴치를 위해 주둔해 있던 유엔 평화유지군 1만2000명을 추방하고, 안보 공백을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에 맡겨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냈다. 말리 군정은 개헌안 채택과 관련해 “지난 11년에 걸친 무장세력 반란의 확산을 막을 기틀이 마련됐다”고 자평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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