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패싱’ 점점 노골화…세제발전심의위도 한국노총 배제
정부가 각종 정부위원회에서 연달아 양대노총(한국노총·민주노총)을 배제하고 있다. 정부가 노조와 대립각을 세우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노동자들의 의견을 ‘패싱(무시)’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노총은 기획재정부가 제56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한국노총을 사전 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배제했다고 24일 밝혔다. 매년 7월 열리는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는 민간 위원들이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최종적으로 심의·확정한다.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국회로 넘어간다.
한국노총은 올해 기재부가 한국노총을 위원회에서 배제한 사실을 언론 보도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대신 한국노동연구원 소속 인사가 위원으로 참여했다. 한국노총은 “기재부 조세정책과 실무자는 ‘위원 교체를 기존 위원에게 고지할 의무는 없고, 부총리 보고까지 마친 결정이라 변경이 어렵다’고 했다”며 “어떤 사전 고지도 없이 일방적으로 한국노총을 배제한 데 대해 강력한 유감과 항의를 표한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납세의 성실 의무를 다하고 있는 2500만 임금노동자를 대표하는 한국노총을 외면한 채 세법개정안을 심의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며 “이후 노동현장에서 벌어지는 조세저항 사태의 모든 책임은 기재부에 있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정부위원회에서 양대노총 위원을 연달아 배제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건강보험료율을 심의·의결하는 건강보험재정운영위원회를 꾸리면서 양대노총을 배제하고 130여개 단위노조에 위원 추천 공문을 보냈다. 국민건강보험법상 재정운영위원회 위원 중 5명은 노조에 추천권이 있다. 재정운영위원회가 구성된 2000년 이후 양대노총 위원이 배제된 것은 처음이다.
복지부는 지난 3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도 민주노총 추천 위원을 해촉했다. 운영규정 개정에 반발하면서 기물을 던졌다는 이유다. 지난해 대통령 직속 위원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도 양대노총 위원이 배제됐다.
위원 추천까지 받았다가 연락도 없이 이를 번복한 사례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첫발을 뗀 사회복지사처우개선위원회를 구성해가던 지난해 9월22일 민주노총에 공문을 보내 “귀 단체의 적격자 1인 추천을 의뢰하니 9월30일까지 공문을 회신해달라”고 했다. 이에 민주노총이 위원을 추천했는데 복지부는 연락 없이 지난해 12월 민주노총 인사를 배제한 채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2071432001?www
유치원·어린이집 통합을 논의하는 ‘유보통합추진위원회’에서도 정부는 민주노총 보육지부장에 대한 위촉동의서까지 받아놓고 정작 지난 4월 최종 명단에서는 뺐다. 지난 2월 기재부는 경제교육 정책을 수립하는 경제교육관리위원회 위원을 추천해달라고 한국노총에 요청해놓고 지난 5월 최종 발표한 위원 구성에서는 배제했다.
정부의 이 같은 ‘노동계 배제’가 민주주의의 위기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의 정부위원회 내 노동자 배제, 노동시민사회의 대응과제’에 발제자로 나서 “윤석열 정부 들어서 양대노총의 (위원회) 추천권을 축소하고, 법령상 추천권이 규정되지 않은 경우는 아예 배제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정치권력 및 관치로부터의 독립과 민주적 대표성을 중심으로 한 거버넌스가 바로 그 정치권력과 권위주의적·퇴행적 관치로 회귀하는 위기”라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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