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사망 후 '즉시연금 보험금'... 대법 "상속 아닌 자녀 자산"

돈 안 갚고 사망한 채무자... 자녀 상대로 소송
'즉시연금 보험금' 상속 재산 여부 두고 논쟁
대법 "자녀 고유 재산으로 봐야" 파기환송

대법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부모가 숨진 뒤 자녀가 받은 상속형 즉시연금 보험금은 상속재산이 아니라 자녀의 재산으로 봐야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상속형 즉시연금보험은 가입자가 보험료를 일시 납입하면 매월 일정한 연금을 받다가, 계약 만기 전 사망할 경우 상속인이 사망보험금을 받는 상품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A씨가 사망한 B씨의 자녀들을 상대로 낸 대여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B씨는 1998년 A씨에게 3,000만 원을 주기로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 이에 A씨는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내 2008년 승소 판결을 받았고, B씨는 끝내 돈을 갚지 않은 채 2015년 사망했다. B씨는 생전 상속형 즉시연금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B씨 자녀들은 3,800만 원의 사망보험금을 '한정 승인' 방식으로 수령했다. 상속한정승인이란 부모가 남긴 재산 한도 내에서만 자녀가 부모의 생전 채무를 갚는 조건으로 상속받는 제도다. A씨는 B씨의 자녀들을 상대로 돈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B씨의 자녀들은 자신들이 받은 사망보험금은 상속재산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갚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1·2심은 채권자 A씨의 손을 들어줬다. B씨가 생전에 보유하고 있던 재산과 사망보험금의 동일성이 그대로 유지되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이를 상속재산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금원의 실질적 동일성은 인정되더라도, 법적 성격은 다르다는 이유에서였다. 대법원은 "생명보험 계약자(B씨)가 보험수익자로 상속인(이 경우 자녀)을 지정한 뒤 사망하면 보험청구권은 상속인들의 고유재산으로 봐야 한다"는 기존 판례를 들어 B씨의 사망보험금을 상속재산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상속연금형 즉시연금보험계약도 상법상 생명보험 계약에 해당한다는 점, 이에 따른 사망보험금은 원칙적으로 상속인들의 고유재산이라는 점을 최초로 명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원 기자 hanak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