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침해에 멍든 부산지역 교사들...교권보호망 제 역할하고 있나?

김민지 기자 2023. 7. 24. 14: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학생 폭행·수업방해, 학부모 갑질 등 교권침해 잇달아
교권보호위원회, 교원힐링센터, 교원배상책임보험 등
대책으로 꼽히는 제도들, 현장에선 이미 실효성 미미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전국의 교사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한 추도식 및 교사 생존권을 위한 집회를 열었다. 사회자가 울먹이며 교사 생존권 보장 구호를 선창하자 한 교사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3.07.22. photocdj@newsis.com

[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부산에서도 학생의 폭언과 폭행, 학부모 갑질 등 교권 침해를 당했다는 교사들의 피해 사례가 잇달아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교권 보호 대책들은 실효성이 낮아 교사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뉴시스 취재 결과 부산에서도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수업 진행을 방해받고, 학부모로부터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는 등의 교권 침해 사례가 잇달아 확인됐다.

부산 북구의 한 초등학교 3학년 교사 A씨는 지난달 12일 교실에서 B학생에게 폭행을 당해 타박상 등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다.

A씨는 다른 학생을 방해하는 B학생의 행동을 제지했고, B학생은 같은 반 학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A씨를 폭행했다.

폭행 이후 A씨는 병가를 내고 현재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매일 악몽을 꾸면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다"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에 교직을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도 든다. 아이들을 정당하게 교육할 수 있는 권리도 없고, 다른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또 동래구의 한 초등학교 고학년 담임교사 C씨는 지난 3~5월 3명의 학생으로부터 지속된 수업 방해를 받아왔다. 이들 학생은 수업 시간마다 큰 소리로 욕설을 내뱉고 화를 내며 문을 박차고 나가는 등의 행동을 보였고, 주변 아이들에게는 폭력을 행사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C씨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불안 증세가 심해져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

C씨는 "목소리만 높여도 아동 학대로 신고받는 현실이다"며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관심도 없고, 힘없는 교사에게 책임을 다 지울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구의 한 초등학교 고학년 담임교사 D씨는 지난달 말 무단결석 이후 등교한 학생의 얼굴에 피멍이 든 것을 보고 아동학대 신고를 했고, 이어 해당 학생의 학부모로부터 되레 학교에 보복성 신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학부모가 D씨를 신고한 내용을 보면 '허리 펴고 앉으세요', '종 쳤으니 책 말고 다른 것들은 넣으세요' 등 흔히 하는 교육 행태였다.

해당 학부모는 직접 학교까지 찾아와 D씨에게 우산을 휘두르며 난동까지 피웠고, 이로 인해 D씨는 정신과 치료와 함께 생리 불순으로 인한 산부인과 진료까지 받았다고 전했다.

D씨는 "학부모와 닮은 사람을 길에서 마주치면 해코지 당할까봐 겁이 났다"며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괴로웠다"고 털어놓았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교육청. yulnetphoto@newsis.com


교권 침해를 겪는 교사들을 위한 대책으로 교권보호위원회와 교원힐링센터, 교원배상책임보험 등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일선의 교사들은 이 대책들로 인한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하다고 입을 모았다.

학교장 주관으로 열리는 '교권보호위원회'는 교권 침해를 한 학생에게 ▲교내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이수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처분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는 제도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부산지역에서 열린 교권보호위원회는 2020년 72회, 2021년 98회, 2022년 84회다. 그러나 현직 교사들은 학교 분위기에 따라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자체도 쉽지 않아 어려움이 크다고 하나 같이 지적했다.

부산교사노조 관계자는 "현장에서의 교권 침해 사례가 모두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로 이어진다면 개최 건수는 훨씬 늘어날 것"이라며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조용히 넘어가자고 교사를 달래며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지 않는 곳도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이 교사들의 교권 보호 상담과 관련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는 '교원힐링센터'는 서부와 동부로 나눠 2개소를 운영했지만, 올해부터 하나로 통합해 연제구 1곳만 운영하고 있다.

교원힐링센터 이용자인 11년차 유치원 교사 E씨는 "부산에서 1곳만 운영되고 있어 상담 장소까지 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힘들게 간 것에 비해 상담 내용이 도움 됐다고 생각되진 않아서 계속 방문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E씨는 "접근성 향상을 위해 교육지원청별로 교원힐링센터가 설립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부산시교육청에서 소속 교원을 피보험자로 일괄 가입시키는 '교원배상책임보험'에는 2021~2022년 기준 부산지역의 교원 2만6905명이 가입해 교육청이 한 해 동안 낸 보험 가입비만 4285만원이었다. 그러나 이 제도를 통해 보상을 받아간 건수는 2021~2022년 단 1건이었다.

부산교사노조 관계자는 "어떤 경우에 어떻게 이 제도를 이용해야 하는지 모르는 교사들이 많다"며 "시교육청 차원에서의 더 적극적인 홍보와 안내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하윤수 부산교육감은 이날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고 교권 보호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gya@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