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전문가 “신림동 흉기난동男, 동성·또래 향한 개인적 분노. 정유정과 소스라치게 닮아”

“두 사건은 데칼코마니 같아. 조씨도 사이코패스 가능성 있어”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조모(33)씨가 2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관악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이른바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으로 4명의 사상자를 낸 피의자 조모(33)씨가 ‘또래 여성 살인’ 사건 정유정(23)의 경우와 ‘소스라칠 정도’로 닮아 있다는 전문가 견해가 24일 나왔다.

승재현 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씨에 관해 “20·30대 남성에 대한 상상할 수 없는 개인적인 분노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며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분노는 아닐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피해자에 대한 염려는 하나도 없었고 개인적인 면에서 거짓말을 잘하고 사람에 대한 조종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사이코패스 성향일 가능성이 크다”고도 봤다.

승 박사는 이번 사건이 ‘정유정 사건’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고도 했다.

그는 “(두 사건이) 거의 소스라치도록 데칼코마니 같았다”면서 “(두 사람 모두) 또래에 대한 개인적인 분노가 쌓여 있었다”고 진단했다. 앞서 정유정은 사이코패스 진단평가(PCL-R)에서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26.3점을 받았다.

그는 조씨 사건에 관해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질투와 열등이 만들어 놓은 범죄”라며 “굉장히 과잉 살상을 했다. 목적 지향적으로 준비해서 공격하고 피해자가 사망하도록 의도적으로 마지막까지 공격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승 박사는 “두 사람 모두 너무나 태연하다. 정유정도 캐리어 들고 탁탁탁탁 가는 모습이 소름 끼치는데 이번에도 똑같다”면서 “온몸에 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왔을 때 자리에 딱 앉아서 내가 이런 행동 했다고 순순히 잡히는 모습, 어떻게 보면 잡히는 게 그렇게 크게 문제되지 않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더는 나를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아니냐, 이미 과거 경험이 있어서 구치소나 교정시설에 가는 게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았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승 박사는 ‘조씨와 정씨 모두 목적 지향성이 없는 삶을 살아왔다’는 점도 꼬집었다.

그는 “저는 ‘묻지마 범죄’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동기를 못 찾았을 뿐”이라며 “그 공통성을 찾아내면 이런 사람을 어떻게 찾아내고 지원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국가가 이런 영역에 있는 젊은 청년들에 대해 정보를 파악하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조모(33)씨가 도주하는 장면이 담긴 골목 폐쇄회로(CC)TV 영상. 뉴스1

 
한편, 서울중앙지법(소준섭 판사)은 지난 23일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진행하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라며 영장을 발부했다.

조씨는 지난 21일 오후 2시7분 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에서 80여ｍ 떨어진 상가 골목 초입에서 20대 남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뒤 30대 남성 3명에게 잇따라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살인미수)를 받는다. 부상자 3명 중 1명은 현재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이날 영장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 관악경찰서를 나서면서 취재진에 “너무 힘들어서 저질렀다.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경찰 조사에서도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 차 범행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조사 결과 조씨는 폭행 등 전과 3범에 소년부 송치 전력이 14회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신림역 인근 골목’을 범행 장소로 정한 이유에 관해선 “이전에 친구들과 술 마시러 몇 차례 방문한 적 있어 사람이 많은 곳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란 취지로 진술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