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밀리는 페넌트레이스···‘항저우 변수’ 더 커졌다
올해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의 여러 변수 가운데 외부 요인으로는 오는 9월23일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우선 꼽혔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야구 경기에 프로 선수를 처음 출전시킨 뒤로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이 열릴 때면 팀별 형평성 문제로 리그를 중단했지만, 이번 대회부터는 정규시즌을 지속하기로 했다.
대신 구단별 최대 차출 인원을 3명으로 제한하는 등 전력 유출의 편차를 줄이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놨다. 한편으론 팀별 사정에 따라 대표팀 차출 기간이 9월 말부터 10월 초라는 점이 위안이 될 수도 있었다. 올해는 9월11일부터 페넌트레이스 잔여 일정이 진행된다. 이즈음이면 5경기를 꽉 채워 열리는 날이 점차 줄어들기 마련이다. 갖고 있는 전력에 따라 선택과 집중할 수 있는 경기도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올해 잔여 경기 일정은 그저 그럴 것이란 짐작과는 달리 전개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름 들어 우천 취소 경기가 급속도로 늘어나며 후반기 막판 경기 소화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까지 53경기가 우천 취소된 상태다. 지난해만 해도 시즌 통틀어 45경기만 취소됐던 것을 감안하면 KBO 입장에서는 취소 경기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오는 8월5일부터 9월10일까지는 토요일, 일요일 경기가 우천 취소될 경우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는 대책도 마련했다. 그러나 우천 취소 경기는 앞으로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는 10월1일부터 7일까지 열린다. 대표팀은 첫 경기 일주일 전에는 소집해 대회를 준비할 예정. 선수들이 귀국 뒤 소속팀에 정상 복귀하는 일정까지 고려하면, 각 팀의 대표 선수 공백기는 2주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KBO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종료 시점과 정규시즌 종료 시점을 거의 맞출 예정이었다. 향후 우천 취소 경기 증가에 따라 변수는 있지만, 당초 스케줄에 맞추려면 잔여 일정이 예년에 비해 촘촘해질 수밖에 없다.
대표팀 차출을 대체할 선수들의 비중도 커질 전망이다. 24일 현재 선두 LG는 마무리 고우석과 셋업맨 정우영 외에 3루수 문보경 없는 2주를 보내야 한다. SSG는 내외야의 기둥인 유격수 박성한과 외야수 최지훈 없는 레이스를 해야 한다.
두산 또한 국내파 에이스 곽빈 없는 잔여 경기 일정을 보내야 한다. 보통의 잔여 경기 일정처럼 경기간 간격이 생기면 선발 공백의 충격은 적은 편이지만, 일정이 빡빡해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중위권 싸움 중인 롯데 또한 대표팀에 박세웅과 나균안 등 선발 투수들을 보내게 돼 있어 두산과 고민의 지점이 비슷할 수 있다. 롯데는 선발 로테이션에 두 곳이나 구멍이 생긴다는 측면에서 잔여경기 일정에 더욱더 예민할 수 있다.
여기에 KIA는 선발 이의리, 불펜 최지민에 전천후 야수 최원준까지 곳곳의 핵심전력 없이 잔여경기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데 KT(강백호, 박영현), 삼성(원태인, 김지찬), NC(구창모, 김주원, 김형준), 키움(이정후, 김혜성) 등도 비슷한 처지다. 한화는 주포 노시환 공백이 커 보이는 가운데 문동주 이탈 상황을 일찌감치 준비한다. 문동주는 시즌 120이닝에 가까워질 8월 말까지 등판으로 정규시즌을 마감하고 휴식과 함께 아시안게임 준비에 들어간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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