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일승호 99년생 동갑내기의 재발견, 수비와 운영은 숙제
5년 만의 농구 한·일전은 오는 9월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향한 희망과 숙제를 모두 남겼다.
추일승 감독(60)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지난 23일 일본과 2차 평가전에서 80-85로 석패했다. 22일 1차전에서 76-69로 승리한 상대에게 연승을 이어가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추 감독은 “이번 평가전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목표로 향하는 과정”이라면서 “보완할 부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일본과 두 차례 맞대결에서 결과를 떠나 전혀 다른 경기 내용을 드러냈다. 골밑 경쟁력과 수비가 눈에 띄었다.
한국은 1차전에서 리바운드를 상대보다 17개를 더 잡았는데, 2차전에선 거꾸로 3개가 부족했다. 이 차이가 골밑 경쟁력의 또 다른 바로 미터인 2점슛 성공률에서 드러났다. 한국도 2점슛 성공률 52%로 크게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일본(74%)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었다.
외곽 수비도 아쉬운 것은 마찬가지다. 일본이 외곽에서 공을 돌릴 때 수비가 따라가지 못했다. 한국은 2차전에서 일본에 3점슛만 45개를 허용할 정도로 흔들렸다. 상대 성공률이 29%(13개)로 낮은 것이 다행이지만, 3쿼터 역전에 성공하고도 재차 리드를 내준 원인이었다.
추 감독은 “사실 난 스위치 수비를 지시하지 않았다. 우리 선수들이 힘들다보니 코트에서 따라가지 못한 것”이라며 “첫 경기보다 2번째 경기에서 스위치가 늘어난 것이 수비에서 미스매치를 불렀다고 본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렇다고 한국이 한일전에서 얻은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다. 1999년생 동갑내기 하윤기(KT)와 이우석(현대모비스)이다. 아시안게임 최종명단(12명)을 놓고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선수는 이름값이 아닌 실력에선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기력으로 입증했다.
한일전에서 먼저 눈도장을 받은 것은 역시 하윤기였다. 센터로 아주 큰 키(204㎝)는 아니지만 폭발적인 운동능력으로 일본의 골밑을 자신의 놀이터로 만들었다. 하윤기는 1차전에서 10점 6리바운드 4블록슛을 기록하더니 2차전 역시 14점과 함께 2개의 블록슛을 선보였다. 대표팀에서 2경기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것은 그와 송교창(KCC)이 유이하다. 또 고비마다 림을 흔든 덩크슛은 컨디션 난조로 결장한 라건아(KCC)와 오세근(SK)의 빈 자리를 잊게 만들었다. 하윤기가 실책을 조금만 줄인다면 아시아컵 최종명단 탈락의 아픔을 씻어낼 것으로 보인다.
가드 이우석은 자신의 첫 국제대회였던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 이어 아시안게임까지 이미 한 자리를 꿰찼다는 호평까지 나온다. 그는 2차전에서 19분49초만 뛰고도 양 팀을 합쳐 가장 많은 15점을 기록했다. 일본의 수비를 홀로 무너뜨리는 드리블 돌파와 정교한 3점슛(60%)은 이우석의 재능을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1차전의 짧은 출전시간(3분4초)은 오히려 배려였다. 추 감독 역시 “아시아컵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라면서 “이번에는 새로 뽑은 선수들에 대한 평가를 위해 출전 시간을 다소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아시안게임까지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희망은 키우고, 숙제는 해결할 수 있다.
추 감독은 선수들이 더 많은 실전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 감독은 “우리 선수들에게도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경기 운영이 더 매끄러워지지 않을까 싶다”면서 “이번 평가전과 같은 기회를 더 많이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아직 추가 평가전을 잡지 않았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가질 수 있는 실전 기회는 8월 14일 시리아에서 열리는 2024 파리올림픽 1차 예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리아가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돼 1차 예선에 참가할 수 있을지 예측불허다. 추 감독은 “외교부의 허락을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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