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학생인권조례…"교권침해 원흉" vs "본질적 해법 아냐"

김누리 2023. 7. 2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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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인권조례 손질 추진 공식화…"과도한 학생인권 강조, 교권 추락 불러와"
"초등교사 사망 진상규명·악성 민원 대처할 시스템 마련 시급"
비가 와도 이어지는 추모/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에서 2년 차 신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불붙은 교권침해 논란이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찬반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입니다.

교육당국은 교권 추락의 한 원인으로 학생인권조례를 꼽으면서 손질을 예고한 상황이지만, 진보성향의 교육감과 교육단체는 학생 인권과 교사의 교육권이 서로 배치되는 가치가 아니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현장 교사들 역시 보수·진보 간 입장차가 뚜렷한 학생인권조례를 논의 테이블로 꺼내는 것이 이번 사안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오늘(24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는 학생인권조례의 차별금지 조항 등 일부 조항이 교육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시·도 교육감들과 협의해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처음 제정된 뒤 17개 시·도 교육청 중 서울을 비롯한 6개 교육청에서 제정돼 시행 중입니다.

성별·종교·가족 형태·성별 정체성·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폭력과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권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을 한명의 인격체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 조례를 과하게 해석해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실제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1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주최한 현장 교사 간담회에서 "학생인권조례의 차별금지 조항 때문에 정당한 칭찬과 격려가 다른 학생에 대한 차별로 인식되고 다양한 수업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과 서울시의회 김현기 의장도 같은 날 각각 학생인권조례 전면 개정과 재검토 의지를 밝혔습니다.

정성국 교총 회장도 "지금의 교권 추락, 교실 붕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과도한 학생 인권의 강조에 있다"며"학생인권조례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최근 교권이 추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적 원인이 학생인권조례에 있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교권 침해는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부산, 인천에서도 나오고 있다"며 "학생 인권과 교권이 동반 성장해야 하는데 어느 하나 때문에 한 개가 안 된다는 것을 단정적으로 말하려면 근거를 들어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원주현 교사노동조합연맹 정책1실장은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찬반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진영 간 먹잇감이 될 뿐"이라며 "교사들도 이념 갈등이 생길 것을 우려해 (지난 22일) 집회도 노조가 아닌 일반 교사들 차원에서 주최했다"고 말했습니다.

교직 사회에서는 최근 서초구 서이초교에서 신규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정확한 경위를 밝히고,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학교와 교육청이 걸러낼 시스템을 만드는 게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사들 사이에서는 예전부터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거나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이 사안의 본질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라는 것에 더 많은 교사가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문제는 인권조례가 아니라 아동학대 신고에 대응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며 "학부모-학생-교사 갈등 구도로 프레임이 가면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제(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대규모 교사 집회의 주최 측도 연합뉴스에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을 조심했으면 좋겠다"며 "누구를 혐오하거나 탓을 하지 말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진지한 대책을 교사들과 협의해 공론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지역 다른 초등학교 교사는 "지난 토요일 집회에서도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안 나왔고, 진상 규명과 교사 인권을 보장해달라는 이야기가 주로 나왔다"며 "선생님들이 고소와 고발에 휘둘리지 않게 교육청과 교육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송경원 위원은 ▲ 악성 민원 대처방안 ▲ 교권보호위원회의 신속 적극 조치 ▲ 교권침해 사안 전담 기구 구성 ▲ 아동학대 판단에 교육당국 의견 반영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nu11iee9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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