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치기로 일본여행” 오염수 이긴 역대급 엔저에 ‘N일본족’ 풍속도
당일치기 명품쇼핑·미식·애플기기 구입도
여름 휴가·추석연휴 일본행 더 늘어날 듯
서울 서초동에 사는 주부 김모씨(54)는 평일 절친들과 ‘당일치기’로 일본에 다녀오기로 했다. 목적지는 후쿠오카. 이른 아침 첫 비행기로 현지에 도착해 미식 여행을 즐기다가 저녁 마지막 항공편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김씨는 “원·엔 환율이 너무 싸 KTX를 타고 부산이나 여수에 하루 다녀오는 것보다 경비가 적게 든다”며 “일본 현지에서 부담 없이 식도락을 즐기고 색다른 추억도 많이 남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900원대에 머무는 역대급 엔저현상이 이어지면서 ‘N 일본족’의 여행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N 일본족이란 일본을 2회 이상 반복적으로 찾는 여행객을 말한다.
김씨처럼 당일치기로 일본을 다녀오는가 하면 명품과 휴대폰 기기 구입 등 오로지 쇼핑을 위해 일본을 찾는 여행객도 부쩍 늘고 있다.
24일 항공·여행업계에 따르면 코로나 19의 사실상 엔데믹 속에 엔화약세로 여행 경비부담이 크게 줄면서 일본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 6월 한때 100엔당 800원대를 찍는 등 ‘100엔=1000원’이라는 공식이 깨지면서 일본을 국내 여행가듯 부담 없이 찾을 수 있어서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의 일본 왕복 항공권 가격이 대폭 떨어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 진에어 등의 경우 오는 10월까지 탑승 가능한 일본 항공권 가격이 10만원 이하부터 나와 있다.
후쿠오카의 경우 유류할증료와 공항세를 포함해 6만5000원대로 왕복 13만원이면 당일치기 여행도 가능하다. 제주는 물론 국내 철도 여행을 가는 것보다 경비 부담이 적다. 오사카와 도쿄 역시 왕복 특가 항공권을 사면 20만원대에도 다녀올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통상 가까운 일본은 보름~1주일 전에 항공권을 구입하는 고객도 많다”면서 “엔화약세에 무엇보다 항공권 가격이 싸다 보니 일본을 다양하게 즐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최모씨(32)은 최근 주말을 이용해 친구들과 도쿄로 1박2일 여행을 다녀왔다. 목적은 평소 갖고 싶었던 ‘바오바오’ 핸드백을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최씨는 실버 바오바오 백을 수수료를 포함해 4만1800엔에 구입했고 3200엔가량 면세혜택도 받았다.
그는 “카드사별 구매 할인혜택도 많아 캐시백을 받고 나니 37만원대에 구입한 셈이었다”면서 “한국에서는 비싸서 못 사는 명품도 30~40% 싸게 살 수 있어 여행경비를 빼고도 한참 남는 장사를 했다”고 말했다.
유명 인터넷 게시판에는 N 일본족들의 여행 후기가 넘쳐나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일본 ‘애플 스토어’에 들러 아이패드와 휴대폰을 구입하는 것도 유행이 된 지 오래다.
경기 성남 분당에 사는 대학생 조모씨(20)는 여름방학을 맞아 조만간 친구 3명과 도쿄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이군은 “일본 애플 매장에서 파는 공기계 가격이 국내보다 절반 가까이 싸다고 들었다”면서 “현지에서 꼼꼼히 가격 비교를 한 뒤 엔화로 결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씨(42)는 올 여름 3박4일 휴가를 일본에서 보내기로 했다. 일본 번화가에서 식사를 하더라도 한끼당 1만원이면 거뜬한 데다 다이소나 편의점, 생활용품점 등에서 위장약 카베진과 동전 파스 등을 사도 1000엔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고물가 시대 점심값이 1만원을 훌쩍 넘는 등 외식은 물론 전기요금과 교통요금 인상까지 국내서 넉넉한 여름휴가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아이들과 첫 해외 여행지로 일본을 찾는 것이 여러모로 보탬이 될 것 같아 틈틈이 엔화를 사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54만5000명으로 전체 외국인 방문객 207만명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올 상반기에만 한국인 313만명이 일본을 찾는 등 전체 10명 중 3명꼴이 한국인 관광객이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 정치사회적 이슈와 상관없이 일본 여행객은 갈수록 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여름 휴가철 성수기는 물론 추석 연휴에도 일본을 찾는 한국인들의 발걸음이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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