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울분 터진 교사들…학부모가 “맞짱 뜨실래요?” 하기도

교사들 교권 침해 '미투(MeToo)' 운동 진행
사흘간 1607건 피해 사례 올라와
협박, 무리한 요구 등 악성민원 심각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발생한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교육계 종사자들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인근에서 추모식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교사들의 울분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시달려 왔던 교사들이 교권 침해 ‘미투’(MeToo) 운동을 시작했다.

23일 교사노동조합연맹 소속 경기교사노조는 지난 21일부터 패들릿(여러 사람이 콘텐츠를 공유하는 웹사이트)을 개설하고 교권 침해 피해 사례를 알리도록 했다. 이 패들릿에는 사흘간 1181명이 총 1607건의 피해 사례를 올렸다.

이에 따르면 한 4학년 담임교사 2년차 교사 A씨는 학부모 상담을 진행하던 중 주먹으로 책상을 ‘쾅’ 내려치며 “선생님 저랑 맞짱 뜨실래요? 제가 이겨요”라는 소리를 들었다.

특수교사로 재직 중인 B씨도 학부모에게 협박받은 적 있다며, 한 학부모가 “선생님 저는 무기가 많아요. 학부모회와 학교운영위원회 모두 제가 학부모위원인 거 알죠?”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교사 C씨는 악성 민원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오늘도 그 아이 엄마의 눈치를 봤다”며 “하나하나 트집을 잡아 사진 하나도 맘대로 올리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교사들이 서이초 교사 사건을 보고 분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며 “매일 일어나는 일. 그래서 더 비통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대부분 자기 자녀에게 더 큰 관심을 가져 달라는 것이 요구 사항이지만 모닝콜 요구, 결석 후 출석 인정 같은 무리한 요구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학교에서의 교권 침해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 고발돼 수사받은 사례는 1200건이 넘었으며 이 가운데 무혐의나 불기소 처분을 받은 사례가 54%로 절반을 넘었다.

경기교사노조 황봄이 교권보호국장은 “사례 수집과 함께 교사들이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털어놓고 마음의 위로를 찾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당분간 사이트를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24일 윤석열 대통령은 교권 강화를 위한 교육부 고시 제정과 자치조례 개정 추진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일선 현장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인 교육부 고시를 신속히 마련하라”며 “당,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는 학생인권조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인권과 자유, 권리를 보장한다는 목적으로 2010년 진보 성향 교육감들 주도 아래 도입됐으나, 학생 인권에 과도하게 무게가 쏠리면서 교사의 정당한 지도 활동을 위축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은 합동 조사단을 운영해 교권 침해 관련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