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 우크라이나 오데사 성당, 공습으로 파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우크라이나 오데사 성당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돼 국제사회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오데사를 공습해 최소 1명이 사망하고 19명이 부상했다. 특히 이번 공습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오데사 시내 역사지구에 있는 ‘스파소-프레오브라젠스키 성당’(구세주 변용 성당)도 심하게 부서졌다. 성당 지붕 대부분은 날아갔고 중앙 기둥과 기초가 파괴됐으며, 일부 기둥들은 걱정스러운 각도로 기울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구세주 변용 성당은 오데사에서 가장 큰 정교회 성당으로, 올해 1월 유네스코에 의해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오데사 역사지구에 있다.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은 전쟁(내전)이나 테러, 자연재해 등으로 파괴되거나 훼손될 위험에 처한 유산들을 대상으로 지정된다.
성당은 제정 러시아 시절인 1794년 처음 지어져 옛 소련 시절인 1936년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에 의해 철거됐다가 2000년대 중반 재건됐다. 2010년엔 러시아 정교회 수장 키릴 총대주교에 의해 축성까지 받았다.
성당은 지난해 우크라이나전 개시 이후에도 러시아 정교회와 긴밀한 연계를 가진 우크라이나 정교회 분파 ‘우크라이나 정교회’(Ukrainian Orthodox Church: UOC) 소속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도 오데사에 대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피해가지 못한 것이다.
가디언은 러시아 정교회 수장이 축성까지 한 성당에 미사일 공격이 가해지면서, 친러 성향 사제들조차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전했다. 성당 주교 미로슬라우 브도도비흐는 “이는 야만주의이자 테러주의”라면서 “이런 짓을 한 자들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보복을 다짐했다. 그는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오데사와 관련된 러시아 테러리스트에 대한 보복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들은 보복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공격은 ‘무력분쟁시 문화재 보호에 관한 1954년 헤이그 협약’을 위반하면서 세계유산협약에 따른 보호 구역에 가한 또다른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지난 17일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1년 전 우크라이나와 체결했던 흑해곡물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우크라이나의 주요 곡물 수출항인 오데사에 연일 미사일 공격을 퍼붓고 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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