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 두고 충돌·교차하는 시선”…‘아아! 동양화: 이미·항상·변화’ [전시리뷰]

송상호 기자 2023. 7. 24.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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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에서 지난 14일 개막한 ‘아아! 동양화: 이미·항상·변화’ 전시 전경. 송상호기자

 

동양화를 두고 동시대에 공존하는 작가들의 다양한 시선들이 교차하고 충돌하고 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과연 어떤 마음으로 작품 세계를 구상하고 개척해왔을까.

파주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의 기획전 ‘아아! 동양화: 이미·항상·변화’가 지난 14일 개막해 관람객과 만나고 있다.

네 차례에 걸쳐 동시대 동양화를 둘러싼 담론을 다루는 ‘아아! 동양화’ 기획전 중 두 번째인 이번 전시는 동양화와 때로는 가깝게 때로는 멀게 영역 사이 진동하는 작가들의 시각을 붙잡고자 한다. 권순영, 김선두, 김정욱, 손동현, 유근택, 이성민, 이진주, 정재호 등 총 8명의 작가들이 작품 66점을 통해 각자의 관점에서 동양화에 대한 생각을 풀어낸다.

갓 대학을 졸업한 신진 작가부터 화단에서 오랜 기간 버텨온 작가들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담겼다. 본격적으로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 입구에 비치된 8인의 인터뷰 자료집은 공간을 수놓는 작품 만큼이나 중요한 전시의 안내자다.

파주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에서 지난 14일 개막한 ‘아아! 동양화: 이미·항상·변화’ 2층 전시실에 이진주 작가의 ‘가짜 우물’(왼쪽)과 손동현 작가의 ‘A.R.M.O.R.’가 전시돼 있다. 송상호기자

전시장에 들어서면 구역마다 작가들의 작품이 뒤섞여 있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작가들의 개별 작품을 공들여 조명하는 자리라기보다는 작가들이 다양하게 펼쳐낸 작품들이 동양화라는 교집합 속에서 어떤 움직임과 에너지를 만들어내는지 살펴보는 기회다.

이진주 작가의 ‘가짜 우물’과 손동현 작가의 ‘A.R.M.O.R.’가 같이 놓여 있는 2층 전시 공간에선 형식과 내용, 표현 방식 등에 있어 각자의 사고방식이 어떻게 분화됐는지 비교해볼 수 있다.

동시대 담론과 살짝 떨어진 채 자신만의 길을 꾸려가는 이도 있다. 권순영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동양화를 논할 때 항상 관찰자의 위치에 머무르면서 자신에게 맞는 재료와 표현 방식으로 세계를 구축했다. 그가 그려낸 세계는 허구처럼 보여도 그의 내면을 마주할 때 발견할 수 있는 풍경이다.

정재호 작가는 전통을 그대로 잇기보다는 변화하는 미술의 담론에 뛰어들면서 작업을 지속해왔다. 지필묵에서 시작해 장지에 아크릴을 지나 캔버스에 유화로 변화를 거듭해온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은 창작자가 재료를 극복하는 과정과 연결된다. 스며들거나 얹히는 재료의 물성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던 작가는 과거의 대상과 기억을 소환할 때는 한지를, 현재를 담아낼 땐 캔버스를 택했다. 전시장 속 그의 작품들은 그의 사유가 어떤 방식으로 전개됐는지 어렴풋이 음미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

파주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에서 지난 14일 개막한 ‘아아! 동양화: 이미·항상·변화’ 3층 전시실에 이성민 작가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송상호기자

3층에 자리잡은 이성민 작가의 작품에서는 동시대성을 품은 동양화의 형식이 어떻게 재창안되는지 엿볼 수 있다. 동양화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형광색을 주저없이 사용하며 분채로 세계를 펼쳐내는 이 작가는 디지털 이미지인지 그림인지 혼동에 빠지는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다. 작가가 적극 불러오는 텍스트와 대중문화 요소들은 매난국죽으로 대표되는 동양화의 관습과 거리를 두는 시도의 일환으로 읽힌다.

동양화 작가로 활동하는 이정배 기획자는 “이번 기획전은 동양화를 중심에 두고 펼쳐지는 다각도의 시선을 충돌하고 교차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보려는 차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며 “총 4부의 기획이 끝날 시점이 되면 그 기간 동안 발견된 다채로운 쟁점이 향후 동양화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영향을 주는 담론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10월9일까지.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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